전보 후 우울증 악화로 숨진 공무원… 법원 “공무와 인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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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 후 우울증 악화로 숨진 공무원… 법원 “공무와 인과관계”
과거 병력 있어도 공무 원인 배제 못 해… 인사처 처분 위법
서울행정법원이 전보 이후 우울증이 악화돼 숨진 공무원에 대해 공무상 질병을 인정했다연합뉴스
전보 발령 이후 우울증으로 병가에 들어갔다가 복직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숨진 공무원. 법원은 그의 죽음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업무 스트레스가 만든 결과라고 판단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는 최근 공무원 A씨의 배우자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제기한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06년 지방행정 공무원으로 임용돼 근무해오다, 2022년 초 한 학교의 행정실장으로 전보 발령을 받았다. 이후 그는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질병 휴직에 들어갔다. 입원 치료 끝에 4개월 만에 복직했지만, 그로부터 한 달 뒤인 2022년 8월 A씨는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악화됐다”며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지만, 인사혁신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무 자체가 사망에 이를 정도로 과중했다고 보기 어렵고 공무 수행으로 인식 능력이 저하됐다는 의학적 근거도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진료기록과 주변 정황을 종합해 “A씨는 공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악화돼 정상적인 인식 능력과 행위 선택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A씨가 과거(2011~2017년) 정신과 진료를 받은 이력이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에는 증상이 비교적 경미했고, 이후 5년간 치료 기록이 없었다”며, 전보 발령 이후 상황에 주목했다. 행정실장으로 발령받은 직후인 2022년 1~2월 추가 근무가 이어졌고 지인과 가족에게 업무 고충을 반복적으로 토로한 점을 근거로 이 시기부터 우울증이 재발·악화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부담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다른 요인과 겹쳐 작용해 우울증이 재발하고 악화됐다면, 그로 인한 자살 역시 공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밝혔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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