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심 법원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무죄 판결에 대해 해양경찰청의 허위 발표 의혹과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서만 일부 항소를 했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 박지원 당시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은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수사 정보와 공개 과정에서의 조직적 은폐, 권한남용 등 이 사건의 ‘본류’가 아닌 지엽적인 부분만 선택적으로 항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연합뉴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2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고(故) 이대준씨가 월북으로 오인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망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에 대해서만 항소장을 냈다. 검찰은 “항소의 실익 등을 고려해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전 원장이 연루된 자료 삭제·은폐 의혹은 항소를 포기했다. 법원이 국방부와 국정원의 내부 전산망에서 이씨의 피격·사망 사실에 관한 정보가 모두 삭제된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박 전 원장이 연루된 자료 삭제·은폐 의혹에 대한 법적 판단을 다시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수사팀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법원은 1심 판결에서 “서욱·박지원·노은채가 특수첩보 관련 내용의 삭제·회수를 지시·전달해 실제 삭제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다만 삭제 조치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고, 조치들이 지휘계통, 업무절차를 따라 진행됐고 모두 문서로 남아 있었다”며 은폐 의도는 인정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검찰이 피고인 5명 중 2명의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항소하며 항소 범위를 최소화한 데 법원의 전부 무죄 선고로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비판하는 정부여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1심 선고 이후인 30일 국무회의에서 “없는 사건을 만들고, 있는 증거를 숨겨 사람을 감옥 보내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한 바 있다.
유족 측 변호인은 3일 검찰을 향해 “공익의 대표자 지위를 스스로 포기했다”고 규탄하는 입장문을 냈다. 이씨의 형 이래진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는 과정에서 국가가 생명 보호 의무를 다했는지, 그 이후 수사와 정보 공개 과정에서 조직적 은폐나 권한남용이 있었는지가 중요 쟁점으로 단순한 명예훼손 문제를 넘어 국가 책임을 가늠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이번 반쪽짜리 항소는 대통령, 국무총리, 여당 당대표 등 정치권 고위 인사들이 해당 사건의 기소 자체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상황과 맞물려 정치적 압박에 따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