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뭘 잘하느냐보다 얼마나 조용히 버티느냐가 능력처럼 여겨진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캡처되고, 해석되고, 맥락이 제거된 채 돌아다니는 세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말을 아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말을 안 한다. 의견이 없는 게 아니라, 의견을 내는 순간 발생할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회의 때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가장 안전하다. 반대 의견을 내면 ‘유별나다’는 평가가 따라오고, 새로운 제안을 하면 책임이 옵션처럼 붙는다. 그러다 보니 회의실에는 말 대신 침묵이 쌓인다. 모두가 생각은 있지만, 그 생각을 꺼내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요즘 조직에서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아무 일도 안 일어나게 만드는 사람처럼 보일 때가 많다.
연예계는 더 노골적이다. 괜히 튀었다가 이미지 하나로 몇 년을 잃는다. 그래서 다들 조심스럽다. 인터뷰는 교과서처럼 안전한 문장으로 채워지고, 예능에서도 웃음은 있지만 메시지는 없다.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위험해서다. 조용히만 살아남아도 성공이라는 신호가 이 업계 전체에 퍼져 있다.
SNS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자기 생각을 말하는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자기 생각을 검열하는 공간에 가깝다. 이 말이 누군가에게 불편하지 않을지, 저 말이 어느 진영으로 해석될지 계산하느라 글 하나 올리는 데 머릿속에서 사전 심의가 열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일상 사진만 올린다. 커피, 풍경, 러닝 기록. 운동기록 말 없는 콘텐츠들이다.
재미있는 건, 이 사회가 여전히 ‘소통’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소통하라, 말하라, 표현하라면서 동시에 말의 대가는 점점 무거워진다. 그러니 사람들은 소통하되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기술을 연마한다. 말은 하지만 의미는 없고, 표현은 하지만 입장은 없다. 가장 완벽한 중립은 침묵이기 때문이다.
결국 요즘의 경쟁력은 성과도, 재능도 아닌 리스크 관리 능력처럼 보인다. 안걸리면 장땡인 세상이다. 얼마나 조용히, 얼마나 무탈하게, 얼마나 흔적 없이 지나가느냐. 튀지 않는 것이 전략이 되고, 침묵이 스펙이 되는 시대다.
다만 이런 사회가 정말 건강한지는 모르겠다. 모두가 조용해진다는 건, 사실 아무도 만족하지 않는다는 뜻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오늘도 우리는 말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했던가? 지금이야말로 정으로 때리는 시기의 전성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