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플라스틱 통 안에 가득 든 주황색 과자, 치즈볼. 미국 제과업체 유츠(Utz)의 대표 상품이자, 국내에선 '인간 사료'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아무리 먹어도 줄지 않는 풍족한 양과 한번 먹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운 중독성 때문이다. 치즈볼은 미국 사료 제조업체 직원이 동물 사료를 만들다 우연히 발명한 간식에서 출발했다.
봉지 아닌 1㎏ 통에 가득 담아 파는 과자
유츠 치즈볼은 커다랗고 투명한 플라스틱 통 안에 동그란 주황색 과자를 잔뜩 집어넣은 제품이다. 중량은 한 통에 793~992그램(g)으로 거의 1킬로그램(㎏)에 준한다. 원산지인 미국에서도 28온스(793g), 35온스(992g) 단위로 포장해 20~25달러에 판매한다. 봉지가 아닌 통으로 판매해 '배럴' 단위로 센다.
치즈볼 자체는 특별한 점 없는 평범한 스낵이다. 곡물 반죽을 구워 만든 바삭한 과자 위에 치즈 맛 양념을 버무렸다. 치즈볼을 다른 과자와 차별화하는 부분은 최대 1㎏에 해당하는 중량이다. 제조사 유츠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많은 고객이 배럴 안에 얼마나 많은 치즈볼이 들어있는지 궁금해하는데, 적어도 736개"라며 "파티, 행사 등 어떤 곳에서든 충분한 양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진짜 사료 제조업체에서 발명한 인간 사료인간 사료라고 불리는 치즈볼의 시작은 '치즈 퍼프'였다. 치즈 퍼프는 옥수수 가루 반죽을 가열해 만든 과자류를 일컫는 말이다.
치즈 퍼프는 동물 사료 공장에서 탄생했다. 1935년 미국 위스콘신주 사료 제조 기업 '플래칼 컴퍼니'는 소 사료용 옥수수 등 곡물을 분쇄하는 기계를 제작해 공장에 들여놨다. 분쇄기를 청소하던 직원 에드워드 윌슨은 어느 날 기계 내부에 있던 사료 반죽 일부분이 부풀어 올라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윌슨은 반죽을 모아 집으로 가져가 짭짤한 양념을 버무려 간식으로 먹기 시작했다.
이후 윌슨이 반죽으로 만든 간식은 사내 동료들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플래칼 컴퍼니는 자체적인 조사 끝에 왜 사료 반죽이 부풀어 올랐는지 알아냈다. 곡물을 분쇄한 뒤 바깥으로 사출하는 성형기가 가열되면, 그곳을 통과하는 반죽도 익으면서 팝콘처럼 부어오른 것이다. 이때 반죽은 겉은 바삭하면서 내부는 폭신폭신한 독특한 식감을 지니게 됐다.
플래칼 컴퍼니는 사료 대신 과자를 만드는 기업으로 사업 방향을 선회했고, 과자에 '콘 컬'이라는 이름을 붙여 팔았다. 콘 컬 제조 방법이 널리 퍼지면서 치토스, 치즈볼 등 치즈 퍼프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과자 넘어 문화 현상으로 떠올라
치즈 퍼프를 대용량 플라스틱 통에 넣어 판매하기 시작한 회사는 유츠다. 유츠는 1990년 치즈 퍼프의 장점을 십분 살린 박리다매형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 유츠 영업 직원들은 머리를 맞댄 끝에, 커다란 투명 플라스틱 통 안에 치즈 퍼프를 가득 채워 넣은 치즈볼 배럴을 고안했다.
치즈볼 배럴은 출시와 동시에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화 아이콘으로도 등극한다. 사무직 이야기를 다룬 미국 인기 시트콤 시리즈 '디 오피스(The Office)'에서 주인공 마이클 스콧이 책상 근처에 거대한 치즈볼 배럴을 두고, 과자를 직원들 입에 던져 넣어주는 장면이 화제에 오르면서다.
치즈볼 배럴 기획자인 존 웨어하임의 은퇴식에 미국 누리꾼이 몰려가 축하를 전하기도 했다. 웨어하임은 26년의 경력을 마치고 2020년 유츠에서 은퇴했는데, 당시 그의 은퇴 소식을 알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엔 "치즈볼을 발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가족은 치즈볼을 채운 컨테이너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등 수천개 댓글이 달렸다. CBS 뉴스 등 미국 언론에서는 "치즈볼의 대부가 유츠를 떠났다"며 보도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테스트로 돌아보는 나의 2025년 ▶ 하루 3분, 퀴즈 풀고 시사 만렙 달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