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발표한 '기후에너지환경부' 설립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각계의 우려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 기능을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부로 이원화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원자력학회에 이어 석유, 가스, 광물 등 전통적인 에너지·자원 분야 학회에서도 기후에너지환경부 설립안에 대해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자원공학회,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 한국암반공학회, 한국석유공학회, 한국자원리싸이클링학회 등 에너지·자원 분야 유관 학회는 10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정책과 조직의 분리 추진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정부와 국회에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학회들은 성명에서 한국이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수급은 곧 경제 안보이자 산업경쟁력의 토대임을 강조했다.
특히 에너지 정책과 산업정책을 분리할 경우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관리의 컨트롤타워 상실 ▲에너지 인프라 투자 지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주력 산업 부담 가중 ▲통상 협상력 약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당정이 발표한 정부 조직개편 방안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수립, 전력, 수소, 원전 등 대부분의 에너지 기능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한다. 하지만 석유, 가스, 석탄, 광물 등 자원산업 기능은 규모가 작아진 산업통상부로 남게 된다. 원전 건설·운영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원전 수출은 산업통상부가 맡는다.
성명서에서 학회들은 "지금은 에너지 패권 경쟁 시대로 글로벌 공급망과 맞물린 에너지 확보 경쟁은 보이지 않는 전쟁에 가깝다"며 "산업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정부의 전략적·일관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정적이고 값싼 전기가 산업경쟁력의 근간"이라며 "재생에너지와 원전, 가스 화력 발전의 균형을 바탕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전력망과 에너지 고속도로 확충을 서둘러 탄소중립 목표를 향해 단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학회들은 "한국은 원유 100%, 천연가스 100%, 석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33개 핵심 광물중 25개가 중국을 주요 공급원으로 하고 있다"며 "이러한 극단적 의존도는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시 산업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에너지 안보 정책은 산업 수요와 직결돼 있어 산업과 에너지 정책의 분리 시 효과성이 급격히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산업·에너지 관점을 아우르는 산업부의 종합적 역할이 약화하면 중요한 통상 협상력 역시 저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들은 정부와 국회가 조직 분리 추진을 즉각 재고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기후에너지부 재편이나 독립적 에너지부 신설 등 합리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들은 "한국의 산업과 일자리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위에 서 있으며, 에너지와 산업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산업부 에너지 조직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개편안을 즉각 철회하고, 국가경쟁력 제고에 부합하는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