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규명을 요구해 온 유족의 기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
지난 2025년 12월 26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법원의 1심 무죄 선고 직후 전 해양수산부 직원 고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가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씨 오른쪽은 변호인. 연합뉴스 1심에서 피고인 전부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피고인 일부에 대해서만 항소한 가운데 해당 공무원의 유족이 울분을 토했다. 피해자 측에서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는데, ‘공익의 대변자’로서 마땅히 피해자 편에 서야 할 검찰이 어떻게 항소 포기를 택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 측 변호인은 3일 입장문을 배포했다. 이는 전날 서울중앙지검이 피고인 5명 가운데 2명에 대해서만 “2심에서 유무죄를 다시 다퉈 달라”며 항소하고, 나머지 3명은 항소를 포기해 1심 무죄 판결을 그냥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의 ‘반쪽’ 항소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은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된 반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은 무죄가 확정됐다.
이씨 측 변호인은 입장문에서 “선택적·전략적이며 반쪽짜리 항소”라고 검찰을 성토했다. 변호인은 “형사소송법이 검사에게만 항소권을 부여한 이유는 공익을 대표하는 주체로서 형벌권 행사의 적정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항소는 검사가 과연 공익의 대표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중대한 의문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라고 규정한 검찰청법 4조 1항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범죄 피해자가 피고인의 엄중한 처벌을 원하는 상황에서 검사는 피해자 의사를 존중해 항소하는 것이 공익을 올바로 대표하는 길이란 주장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지난 2025년 12월 29일 전남 무안군 승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현장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변호인은 이어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지위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며 “진상 규명을 요구해 온 유족의 기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법률상 가능하다면 검사를 대신해 유족이라도 상급 법원에 항소하고 싶은 심정임을 드러낸 것이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9월 해수부 직원이던 이대준씨가 서해상에서 어업 지도를 하는 도중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청와대와 국정원, 국방부 등 안보 당국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가운데 초동 수사를 담당한 해경은 이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형 이래진씨 등 유족은 “말도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2022년 윤석열정부 출범 후 해당 사건 당시 지휘 라인에 있었던 서 전 안보실장, 김 전 해경청장, 박 전 국정원장, 서 전 국방장관 등이 나란히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왜곡하거나 은폐한 정황을 잡고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사자(死者) 명예훼손,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6일 서울중앙지법은 이들의 1심 재판 착수 3년 만에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