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재정경제부(왼쪽 사진)와 기획예산처(오른쪽 사진) 현판 제막식이 각각 열리고 있다. 재정경제부 현판 제막식에 참석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형일 재정경제부 차관, 기획예산처 현판 제막식에 참석한 김민석 국무총리와 임기근 기획예산처 차관이 현판을 제막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관가에 따르면 재경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출범식을 개최했다. 기획처는 정부세종청사 5동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판식을 열었다. 2008년부터 한솥밥을 먹었던 조직이 각자의 길을 걷게 된 셈이다. 구윤철 부총리가 이끄는 재경부에는 기존 차관보실, 국제경제관리관실, 세제실, 국제금융, 국유재산 관리 기능 외에 혁신성장실과 국고실이 신설됐다. 국고국이 국고실로 확대 개편됐고, 기존 정책조정국과 함께 전략경제국이 혁신성장을 뒷받침한다. 기획예산처는 중장기 국가전략 기능을 강화한 점이 두드러진다. 조직 고유의 기능인 예산실과 더불어 기존 미래국을 확대 개편해 미래전략기획실을 신설했다. 부처 약칭도 예산처가 아닌 기획처다.
기재부가 분리된 건 그간 경제정책 수립, 예산편성, 세제개편, 공공기관 관리 등 광범위한 영역을 틀어쥔 탓에 ‘공룡부처’라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여권에서는 이전정부 시절 발생한 ‘대규모 세수펑크’ 사태에도 기재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지 않고 자체적인 ‘기금 돌려막기’ 등으로 대처한 점을 들어 기재부를 비판했고, 문재인정부 시절에는 정세균 전 부총리가 코로나19 손실보상 제도화와 관련해 기재부가 난색을 표하자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후보시절 기재부를 향해 “정부부처의 왕 노릇”을 한다며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재경부 현판제막식에서 "재경부 출발!"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두 조직 분리에 따른 성패는 기재부가 갖고 있는 고유의 총괄 기능을 고도화하는 가운데 예산 편성·관리의 질을 높이는 데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기재부는 예산편성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어 각 부처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쉬웠다. 이에 따라 각 부처의 정책 집행 속도를 높이는 한편 기재부를 구심점 삼아 정책 시너지도 제고할 수 있었다. 다만, 각 부처에서는 기재부가 성과를 가로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 것도 사실이었다. 결국 재경부 입장에선 예산권이라는 지렛대가 사라진 가운데 치열한 협의와 토론을 통해 경제 정책을 수립하고 운용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한 셈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다른 부처에 압력을 행사할 수단이 없어 부처 협의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뒷말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분리된 기획처에서 탑다운예산제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탑다운예산제란 대통령이 국민적 합의를 거쳐 예산의 총액과 부처별 한도를 정한 뒤 그 범위 내에서 세부 사업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국가적으로 시급한 분야에 재원을 집중할 수 있고, 각 부처 자율성을 강화하는 가운데 예산 관리의 책임을 물을 수 있어 노무현정부 시절부터 권장돼 왔다. 하지만 그간 각 부처가 더 많은 예산을 요구하고, 기재부가 이를 삭감하는 관행이 지속되는 등 실효성에 대한 의문 부호가 붙어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탑다운 예산제도 확립 및 탄소중립위원회 강화를 통한 기후거버넌스 개혁방안’를 통해 “탑다운 예산제를 실질화하고자 한다면 국가재정운용계획 토론회를 단순한 형식적 절차로 그치지 않고, ‘시민 숙의단’ 형식의 실질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참여형 토론회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 바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6동에서 열린 기획예산처 개청 현판식에 참석해 부처 관계자들과 현판 제막을 마친 뒤 축하의 박수와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것도 과제다. 세입을 담당하는 재경부와 세출 관할인 예산처가 분리되면서 양 기관의 조율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4.0%, 2027년 4.1%, 2028년 4.4%, 2029년 4.1% 등 매년 4%를 넘는다. 또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51.6%에서 2029년 58.0%까지 확대된다. 전문가들이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논의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는 이유다. 이혜훈 기획처 장관 후보자 역시 재정준칙 도입론자로 분류된다. 다만, 구윤철 부총리가 확장재정을 통한 세수 증대를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어 재정준칙 도입 논의는 불투명한 상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과)는 “재정준칙이 더욱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건 적자폭이 한해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 유지하기 때문”이라면서 “재정준칙을 당연히 도입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현실은 너무 반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