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총재, ‘원화 휴지조각론’ 재차 반박… “내국인 기대가 환율상승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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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총재, ‘원화 휴지조각론’ 재차 반박… “내국인 기대가 환율상승 드라이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원·달러 환율에 대한 과도한 상승 기대를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줄여야 한다면서도 고환율 원인을 특정 주체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총재는 2일 한은에서 시무식을 한 뒤 기자실을 찾아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연초에도 외환시장에 대한 경계감이 계속되는지’를 묻는 말에 국내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이 환율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강하게 형성돼 최근 원화 가치 절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25년 12월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재는 “해외 IB(투자은행)는 1480원 환율이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며 “대개 1400원 초반 정도로 (전망하는) 보고서가 다 나오는데, 국내에서만 유튜버들이 원화가 곧 휴지 조각이 된다고들 한다. 내국인 기대가 환율 상승을 크게 드라이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얼마를 적정 환율이라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이 DXY(달러인덱스)와 괴리돼서 올라가는 건 기대가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한국이 미국에 연 2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절대로 기계적으로 안 나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내가 한은을 떠난 뒤라도 금융통화위원들이 안 해줄 것이다”라며 “한은이 금고지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 임기는 올해 4월까지다.

이 총재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국민연금 역할론도 거듭 언급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거시적 영향을 고려한다면 지금보다 헤지를 더 많이 해야 하고, 해외 투자를 줄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자기들이 외채를 발행하게 해주고 그걸 통해서 외환시장에 주는 영향을 줄이겠다고 하는데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을 동원해 국민 노후 자금의 수익률을 훼손한다는 일각의 비판도 일축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사람들 취업이 안 된다든지, 환율이 올라 수입업체가 어려워진다든지 하는 코스트(비용)를 지금까지 하나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학개미도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워낙 옆으로 기었으니까 해외로 나가는 게 좋다고 당연히 생각했던 것이고, 국민연금도 거시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수익률만 높이려 하면 각자 합리적 방향이겠지만, 큰 틀로 봤을 때 나라 전체에는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고환율에 대한 이런 분석이 특정 경제주체를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어떤 부분이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는지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한 것”이라며 “누군가를 탓하는 말로 모든 분석이 넘어가 버리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새해 첫 거래일인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2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보다 3.75원 오른 1442.75원에 거래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4일 한때 1484.9원까지 치솟았다가 당국의 강력한 구두 개입 메시지와 세제 혜택 등이 나오며 상승세가 꺾인 상황이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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