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은 1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신년 미사를 집전하고, 정오 특별기도를 통해 순례객과 관광객으로 가득한 광장을 내려보며 이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교황 레오 14세가 1일(현지시간) 바티칸 사도궁 창가에서 성 베드로 광장을 내려다보며 군중에게 연설하고 있다. 바티칸=AFP연합뉴스 교황은 1월 1일이 가톨릭교회가 정한 ‘세계 평화의 날’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피로 물든 분쟁 국가들과 폭력으로 상처 입은 가정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세계 평화의 날은 베트남 전쟁 당시인 1968년 1월 1일 교황 바오로 6세가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를 제안한 것을 계기로 제정됐다. 교황은 “평화를 외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단순한 구호가 아닌 삶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무장적 평화’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교황이 줄곧 강조해온 비무장적 평화는 평화가 두려움, 위협, 무기 체계와 같은 힘의 논리에 기대어 유지되는 상태가 아니라, 상대를 지배하거나 억누르려는 계산에서 벗어난 관계 위에 서야 한다는 뜻이다. 강력한 군비나 공포의 균형으로 유지되는 휴전 상태는 언제든 다시 폭력으로 되돌아갈 수 있으므로, 그런 구조를 넘어서는 상상력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동시에 교황은 ‘무장을 해제시키는’ 평화도 역설했다. 이는 단지 군사적 무기를 내려놓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를 향한 적대감과 선입견, 증오와 냉소라는 내면의 무장을 풀어내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레오 14세 교황이 1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새해 기념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 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바티칸=AFP연합뉴스 아울러 교황은 분쟁 지역과 난민들, 가정 폭력과 사회적 폭력에 시달리는 이들을 잊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교황은 오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을 앞두고 며칠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6일은 바티칸 공식 희년 행사를 마치는 날이기도 하다. 희년은 가톨릭교회가 25년마다 선포하는 은총의 해로, 이번 희년은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때 선포돼 2024년12월 24일부터 2026년 1월 6일까지다.
교황은 그 직후 세계 추기경단 전체가 참석하는 이틀간의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AP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 때는 추기경단 전체 회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레오 14세 교황이 14억 신자로 구성된 가톨릭 교회를 어떻게 이끌지에 대해 추기경들을 소집해 의견을 듣는 전통을 되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