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보험 규제와 절판 사이, 소비자의 권리는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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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보험 규제와 절판 사이, 소비자의 권리는 어디에 있나
전상현 HBC자산관리센터 대표전상현 HBC자산관리센터 대표.지난해 보험업계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보험시장은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와 영업현장의 절판 마케팅이 맞물리며 큰 변화를 겪었다. 소비자들이 체감한 변화의 상당수는 상품의 종료와 보험료 인상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연초부터 암·뇌혈관·심혈관 주요 치료비 중 비례형 상품의 판매 중단과 1인실 입원비 보장 조정을 시작으로 절판 흐름이 본격화됐다. 금융감독원은 허위·과장 광고와 절판을 앞세운 마케팅을 겨냥해 유의 및 단속을 당부하며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3월에는 단기납 종신보험 규제가 강화됐고, 경영인 정기보험을 둘러싼 불완전판매와 절판 마케팅에 대해서도 금감원이 불건전 영업행위 단속 강화를 예고했다. 이는 영업 현장 전반에 적지 않은 긴장감을 불러왔다.

몇 년간 표류하던 MG손해보험이 예별손해보험사로 결정되는 과정에서도 기존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갈아타기’ 절판 마케팅이 문제로 떠올랐다. 당국은 해당 행위를 금지하는 한편, 4월 보험료 인상 국면을 앞두고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해 각 보험사를 대상으로 감사 소집 회의를 열었다.

이후 간병보험, 단기납 종신보험, 경영인 정기보험의 판매 환경이 위축되자 영업 현장에서는 CEO종신 등으로 우회하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절판을 둘러싼 마케팅은 형태만 바꾼 채 이어졌다.

하반기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8월 손해보험사의 예정이율 인하로 장기 보장성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제기됐고, 금융당국이 실제 치료비 대비 과도한 보장을 문제 삼으면서 항암 호르몬제 등 일부 특약의 삭제·축소가 이뤄졌다. 이 역시 소비자에게는 ‘절판’이라는 이름으로 전달됐다.

연말로 갈수록 절판 이슈는 더욱 집중됐다. 운전자보험 자기부담금 제도 신설을 앞두고 금감원은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올해 체결된 계약을 내년에 집중 검사하겠다고 예고했다. 예정이율 추가 인하에 따른 보험료 인상 가능성과 시니어 보험 축소 전망까지 더해지며 절판 흐름은 연말까지 이어졌다.

이처럼 금융당국은 감독 행정과 경고, 점검 회의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절판 마케팅을 억제하려 했지만, 영업 현장에서 쉽게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 배경에는 보험사나 설계사뿐 아니라 언론 보도와 당국 자료를 접한 일반 소비자가 SNS와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구조 역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정보가 판매자에서 소비자로 일방향 전달되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인플루언서를 비롯한 일반 소비자의 정보 전달력이 이를 넘어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정보가 순식간에 확산되는 환경에서 절판 정보 역시 자연스럽게 증폭된다.

보험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가치 상품이자 금융상품이다. 다양한 판매 채널에서 활용되는 일반적인 마케팅 기법이 보험 판매에도 적용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모든 절판 안내를 단순히 영업 행태로만 규정하기는 어렵다. 보험사와 설계사에게는 상품 변경이나 종료 정보를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릴 의무 역시 존재한다.

물론 금융소비자를 현혹해 사익을 추구하는 무분별한 절판 마케팅은 불건전 영업행위로서 분명히 규제돼야 한다. 다만 실시간으로 정보가 범람하는 환경 속에서, 다수의 소비자가 알아야 할 정보가 적시에 전달되는 공익적 측면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과제다.

이미 시작된 2026년 역시 절판 이슈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예정이율 하락에 따른 보험료 인상, 자동차보험 보험료 인상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규제와 보험업계의 영업 전략은 계속 충돌할 수밖에 없다. 절판 마케팅을 억제하려는 규제의 필요성과 함께, 소비자가 알아야 할 정보에 접근할 권리 역시 균형 있게 고려되는 보다 정교한 감독 행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아주경제=전상현 HBC자산관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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