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인 ‘10·15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의 자산 양극화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한도 축소의 직격탄을 맞은 중저가 아파트는 거래가 얼어붙으며 집값이 주춤한 반면, 규제 영향권에서 비켜난 초고가 단지는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31일 KB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은 6.89를 기록하며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5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을 하위 20%(1분위) 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부의 쏠림’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12월 서울 상위 20%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34억3849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 사상 처음 30억원을 돌파한 이후, 불과 7개월 만에 4억 원 넘게 폭등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반면 하위 20%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4억9877만원에 그쳤다. 서울 저가 아파트값은 지난 2024년 1월 5억 원 선이 붕괴된 4억 9913만원 이후, 2년 가까이 4억원대 박스권에 갇혀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전국 단위의 양극화도 심각해져,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 역시 12.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시장은 4년 만에 가장 뜨거웠다.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1.26%로,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16.4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강남권에서 시작된 불장이 ‘한강 벨트’를 타고 서울 전역으로 확산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서울 집값의 우상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잇따른 규제에도 시장에 내성이 생긴 데다, 무엇보다 신규 공급 물량이 올해보다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수 심리는 이미 회복세로 돌아섰다. KB부동산의 12월 서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17.1을 기록해 전월 대비 9.3포인트 상승했다. 10·15 대책 직후인 지난 11월에는 지수가 16.6포인트 급락하며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불과 한 달 만에 반등하며 다시 상승 전망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윤성연 기자 y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