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사진 | 이주상 기자] “20대 옷을 직접 리폼하고, 나만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과정이 곧 성장이었습니다. ”
모델 김수인이 전하는 패션 철학이 화제다. 2025년 한국모델협회 송년회 겸 자선바자회에서 선보인 독특한 스타일링과 함께, 연령대별 패션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공유해 패션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6일 서울 강남구 모나코부띠끄에서 한국모델협회(KMA)가 주관하는 송년회 및 바자회가 열렸다. 이날 열린 패션쇼에서 가장 눈길을 끈 사람은 모델 김수인이다. 김수인은 눈부신 미모와 비율을 앞세워 화려한 워킹으로 관객을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수인은 2023년 한국모델협회가 주최한 시니어 모델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173cm 큰 키와 서구적 외모를 가진 김수인은 이날 아이보리 바탕에 블랙 도트 패턴의 블라우스와 그린 H라인 롱 스커트를 메인으로 한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V넥 라인의 도트 블라우스는 여성스러우면서도 경쾌한 느낌을 주며, 허리선을 살린 그린 스커트는 희망을 상징하는 행사 컨셉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투명 실버 힐 선택이다. 블랙 도트와 그린 스커트라는 강렬한 조합에 실버 힐을 더해 전체적인 룩의 균형을 잡았다. 골드 이어링과 허리의 골드 체인 디테일은 포인트 액세서리로 작용하며 화려함을 더했다.
이번 한국모델협회 행사는 12월 연말 분위기에 맞춰 레드(따뜻함), 그린(희망), 화이트(밝고 희망찬 미래)를 주제로 한 3가지 색상 컨셉으로 진행됐다.
김수인은 “자칫 언밸런스하고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요소를 실버 힐로 정리했다”며 “단정하면서도 틀에 박히지 않은 세련된 연말 스타일을 지향했다”고 설명했다.
패션쇼 준비 과정에서는 소속사인 케이나우모델의 박수빈 대표와 긴밀히 협업했다. 의상은 물론 사진, 연출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조언을 구하며 스스로 성장하는 계기로 삼았다는 후문이다.
김수인의 패션 철학은 명확하다. “면티셔츠와 청바지를 사랑한다”며 “활동성이 편리하면서도, 자켓과 구두로 포인트를 주면 격식 있는 자리에도 어울리는 친근한 의상”이라고 강조했다.
뷰티과·미용과 전공 배경도 그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30대에 입었던 옷을 직접 리폼하고, 헤어·메이크업·네일 등 전반적인 스타일링을 스스로 완성하며 패션을 자유롭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추게 됐다.
“패션은 단순히 나를 꾸미는 수단을 넘어, 나의 가치와 마음가짐을 표현하는 하나의 언어”라는 게 그가 모델 활동을 하며 깨달은 핵심이다.
특히 연령대별 패션에 대한 김수인의 관점은 구체적이면서도 설득력 있다. “나이보다 자신의 분위기와 개성이 우선”이라는 전제 아래, 각 연령대가 가진 고유한 매력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진정한 스타일이라고 강조한다.
20대는 자신감과 자유로움이 최대 강점이다. 크롭탑, 와이드 팬츠, 데님, 미니스커트처럼 유행을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다. “실패해도 괜찮은 나이, 그 자체가 이미 스타일”이라는 설명이다.
30대는 ‘잘 어울리는 걸 아는 감각’이 생기는 시기다. 체형을 이해하고 단점은 보완하며 장점은 강조하는 법을 터득한다. 셔츠, 슬랙스, 니트 같은 기본 아이템을 중심으로 트렌드를 선별해 입는 센스가 중요하다.
40대는 세련됨과 실용성의 균형이 핵심이다. “너무 어려 보이려 애쓰기보다 체형을 살려주는 깔끔한 스타일이 훨씬 멋있다”며 면티셔츠, 청바지, 원피스에 포인트 하나만 더해도 충분히 세련된 인상을 완성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50대는 ‘튀지 않아도 충분히 멋있는’ 시기다. 편안함 속에서 자연스럽게 품격이 드러나며, 톤 다운된 컬러의 원피스나 투피스, 심플한 진주 액세서리처럼 과하지 않은 디테일이 오히려 깊이를 만들어낸다. 특히 신발과 가방이 전체 스타일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60대는 여유와 부드러움이 가장 아름답게 드러나는 나이다. 자신의 얼굴을 환하게 밝혀주는 컬러를 선택하고, 파스텔 톤이나 연베이지, 은은한 스트라이프처럼 절제된 아름다움이 잘 어울린다. 편안한 착용감이 본인은 물론 보는 사람에게도 편안함을 전한다.
모델 김수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패션은 나이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가장 나답게 보여주는 방법”이라는 것. 숫자가 아닌 태도와 삶의 리듬을 보여주는 언어로서 패션을 바라보는 관점이 인상적이다.
현장에 있던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모델이 직접 전하는 실용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스타일 조언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며 “특히 연령대별 특성을 존중하면서도 개성을 강조하는 접근이 최근 패션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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