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화려한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던 전 키움 외국인 투수 C.C. 메르세데스(31)가 대만으로 복귀한다. 후반기 막판 소방수로 나섰지만, 재계약에 실패하면서다.
최근 대만 매체 CPBL 스태츠는 “웨이취앤 드래건스가 메르세데스와 2026시즌 계약을 체결했다”며 “계약 규모는 인센티브를 포함해 약 60만달러(약 8억607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일본프로야구(NPB)와 대만프로야구(CPBL)를 거쳐 한국 무대에 입성한 그는 한 시즌 만에 방을 빼게 됐다.
메르세데스는 올시즌 케니 로젠버그의 대체 선수로 키움에 입단했다. 2012년 메이저리그(ML) 탬파베이와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맺으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빅리그에선 뛰지 못했으나, 아시아리그 경험은 풍부한 베테랑이다. 2017년 NPB에 진출해 요미우리와 지바에서 총 7시즌 동안 126경기, 709.1이닝, 37승44패, 평균자책점 3.10의 호성적을 거뒀다. 올해 대만 퉁이 라이온즈에선 14경기, 6승3패, 평균자책점 2.57을 마크했다.
키움이 거는 기대 또한 상당했다. 올시즌 야심 차게 꺼내든 ‘외국인 투수 1명+외국인 타자 2명’ 카드가 대실패로 돌아가면서 체면을 구길대로 구겼기 때문이다. 공수 지표에서 최하위권을 전전했을 뿐 아니라 팀 평균자책점에서 유일하게 5점대를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키움으로서는 메르세데스의 활약이 절실했다. 꼴찌 확정은 유력했고, 사상 최초 100패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시기다.
당시 구단은 메르세데스 영입을 두고 “일본과 대만에서 활약한 선수다. KBO리그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일본에서 오랜 기간 선발을 소화했다. 안정적인 제구력과 이닝 소화력을 보여 준 만큼 선발진에 안정감을 더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구나 키움은 불펜 방화가 일상이라 안정적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할 투수가 필요했다.
결과론적으론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메르세데스는 8경기에 나서 3승3패, 평균자책점 4.47에 머물렀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역시 1.36에 달하며 안정감이 떨어졌다. 불펜 난조로 아쉽게 승리투수 요건을 날린 데뷔전 이후 8월21일 KIA전에서 첫 승을 거뒀고, 마지막 등판이었던 9월25일 삼성전에서는 5이닝 7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퀄리티스타트(QS)도 단 두 번에 그쳤다.
자연스럽게 재계약이 불발됐다.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한데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아시아쿼터제 등 선택지가 다양한 탓이다. 키움은 야시엘 푸이그 대신 합류한 라울 알칸타라와 동행을 선택했고, 새로운 외국인 투수로는 네이선 와일스, 아시아쿼터를 통해 가나쿠보 유토를 영입했다. ssho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