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손잡는 K-컬처] “K-컬처의 ‘디커플링’ …‘혐한류” 리스크는 주의해야”

글자 크기
[세계와 손잡는 K-컬처] “K-컬처의 ‘디커플링’ …‘혐한류” 리스크는 주의해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지난 11월 19일 서울에서 다른 나라와 공동제작한 우수 방송 작품을 시상하고 방송제작의 글로벌 협력 필요성 등을 논의하기 위해 '2025 방송 공동제작 국제 콘퍼런스'를 열었다. 사진=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K-컬처의 글로벌 확장은 드라마 등 콘텐츠와 K-팝 산업을 아우르며 공동 제작을 넘어선 새로운 합작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 자본이나 제작 파트너와 손잡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기획 단계부터 긴밀히 협력하며 제작 노하우, 기술, 인재까지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K-컬처의 경쟁력을 확장하는 과정인지 혹은 정체성을 희석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논의도 필요하다. 더욱 빈번하고 진화한 글로벌 합작은 성장의 기회인 동시에 방향 설정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전환점에 놓여 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29일 “공동 제작 자체는 과거에도 시장 확장을 위한 전략이었지만 실제로 잘 작동한 사례는 많이 없었다. 국제 교류 차원으로 접근하거나 공공 지원 사업의 자금을 활용하기 위한 형태가 많았다 보니 실제 상업적 성과보다는 문화 교류에 의미를 두는 방식이 많았다”며 “최근에는 비즈니스적으로 다양한 모델이 가능해 상업적인 활동의 유형이 더욱 다양화됐다”고 짚었다.

이어 “전통적인 정책 지원의 틀을 벗어난 사례도 많아지고 무엇보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다 보니까 한국이 갖는 역할도 바뀌어 가고 있다”며 “우리가 소재나 로케이션만 주는 방식이 아니라 제작 자체를 우리가 다 한다거나 보유 IP를 활용하는 등의 적극적인 역할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과거와 달라진 K-컬처 위상 덕분에 합작의 형태도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K-팝과 콘텐츠 산업은 국적과 형식을 넘나드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요구된다. 예를 들어 외국인 멤버로만 채워진 아이돌 그룹을 K-팝 그룹으로 정의할 수 있는지 지적은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교수는 “K-컬처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라고 표현하는데 산업적 이익을 위해서는 K를 떼고서라도 계속해서 글로벌 시장 확장을 해야 하는 게 기업의 숙명”이라며 “K-컬처의 매력이 높아지면 다른 나라도 한국 문화를 활용하기 때문에 결국엔 혼재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 콘텐츠 산업 자체의 토대가 없으면 K-컬처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국 문화도 재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산업의 진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의 자본과 인력이 동시에 움직이는 시장에서 K-컬처는 더 이상 로컬 포맷으로 머물 수 없다. 글로벌 합작 또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이 교수는 “아시아에서의 합작은 이미 워낙 다양하게 존재했다. 그런데 우리가 최근 더 도드라지게 체감하는 이유는 지리적 범위가 상상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아시아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있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 생기는 문화적 차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레벨이니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컬처가 더 성장하려면 아시아를 넘어서서 계속 성과를 내야 한다. 더 넓은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 이해도와 교류를 높여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많이 있을 것이고 과거 ‘혐한류’와 같은 일이 다른 나라에서 안 생긴다는 보장은 없다”며 “문화적 몰이해로 인한 리스크를 해결해 나가는 동시에 위험 요인을 관리하는 역량 또한 키워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