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부터 이어온 ‘정읍 지황’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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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부터 이어온 ‘정읍 지황’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조선 전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북 정읍의 전통 약초 재배 방식인 ‘정읍 지황 농업시스템’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역사성과 생태적 가치를 국가가 공식 인정한 것이다.
지황을 쪄서 말린 숙지황(오른쪽)과 쌍화탕. 정읍시 제공 23일 전북도와 정읍시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접수된 3개 후보지를 대상으로 자문위원회 심사와 현장 평가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 ‘정읍 지황 농업시스템’을 제20호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했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은 지역 환경과 사회·문화에 적응하며 형성된 전통 농업 자원 가운데 보전 가치가 높은 유·무형 자산을 국가가 지정·관리하는 제도다. 2013년 전남 완도 청산도 구들장 논이 처음 지정된 이후 현재까지 전국에 걸쳐서는 20곳이 지정됐다. 전북은 부안 유유동 양잠 농업시스템(2017), 완주 생강 전통농업시스템(2019)에 이어 3곳의 국가중요농업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정읍 지황 농업시스템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재배 역사와 지속 가능성, 주민 삶과 밀접하게 연계된 농업 구조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볏짚을 활용한 씨뿌리(종근) 소독, 토양 회복을 위한 돌려짓기(윤작) 농법,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리는’ 전통 가공 방식인 구증구포(九蒸九曝)를 계승한 숙지황 제조 기술 등이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특히 지황 재배를 기반으로 한 숙지황과 쌍화차 산업이 재배 농가뿐만 아니라 가공업체와 찻집 등으로 확장되며 지역 공동체의 주요 생계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이번 지정에 따라 정읍시는 향후 3년간 국비 등 14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농업 유산의 체계적인 보전과 관리, 관련 자원 조사, 활용 계획 수립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국비 지원을 마중물 삼아 지황 농업 유산의 산업적 가치를 높이고, 이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전북도 역시 컨설팅 지원과 가공·유통 활성화를 통해 지황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정읍 지황은 전통 농업과 재래 품종, 가공 기술을 독보적으로 보전해 온 사례”라며 “지역 주민, 전북도와 협력해 정읍 지황 농업의 전통을 지키고, 산업적 가치와 지역 브랜드를 함께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읍=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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