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밤, 마음마저 녹여줄 이야기는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경기관광공사는 겨울방학을 따뜻하게 채워줄 도내 책방과 문학관 6곳을 추천했다.
안성 살구나무책방. 안성의 ‘살구나무책방’은 한적한 시골 마을의 폐가를 개조한 책방이다. 분주한 도심에서 잠시 벗어나 쉬어갈 공간을 내준다. 4년 전 문을 연 서점에선 삐뚤빼뚤 서까래 아래에 자리를 잡고 ‘지난책’(중고책)을 마음껏 읽으며 고즈넉한 창밖 풍경을 즐기면 된다. 이 이야기 공간은 북스테이를 겸한다. 누구나 하룻밤 머무를 수 있다. 다만, 숙박과 방문은 예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광명 ‘기형도문학관’은 시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오롯이 담고 있다. 기형도 시인의 출생지는 옹진군 연평도지만 4세가 되던 해에 당시 시흥군으로 이사했다. 지금의 광명시 소하동이다. 그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곳에 머무르며 슬픔을 바라보고 치유하는 힘을 길렀다. 전시실에는 학창시절 시인의 성적표를 비롯해 라디오, 만년필, 양복 등 유품이 즐비하다.
화성 ‘노작홍사용문학관’은 카페에서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시를 읽기 좋은 곳이다. 암울한 일제강점기에 근대 낭만주의를 풍미했던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 역사 공부도 할 수 있다. 시인은 1900년 용인에서 태어나 무관학교 1기생으로 합격한 부친을 따라 생후 100일 만에 서울로 올라갔다. 부친의 군대가 해산한 뒤에는 백부의 양자로 들어가 화성으로 내려왔다. 17살 때 휘문의숙에 입학해 문학에 몰두했으나 불의한 세상을 외면하지 않았다. 3·1 운동 때는 학생운동에 참여하다 붙잡혀 고초를 겪었다. 활발한 문학 활동과 신극 운동 이후 1947년 세상을 떠났다.
광명 기형도문학관. 수원 광교에 있는 ‘경기도서관’은 올해 10월 개관한 도(道) 중심 도서관이다. 문학과 기술을 결합한 복합공간을 표방한다. 나선형 구조와 창살 문양이 투영된 지상 5층 건물로, 숲을 연상시키는 공간에서 독서에 취할 수 있다. 지하 1층에는 인공지능(AI) 스튜디오가 자리한다. 부천 ‘펄벅기념관’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펄 벅(Pearl S. Buck)과 한국의 인연을 강조한 곳이다. 펄 벅은 1892년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중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아시아인과 흑인 인권에 관심을 기울였다. 다시 중국으로 온 뒤에는 1930년대 대한민국임시정부와 인연을 맺었다. 1960년대 한국을 방문한 펄 벅은 미군과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들을 돕기 위해 펄벅재단을 설립해 입양을 주선했다. 펄벅기념관에는 이런 작가의 흔적이 남아있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살아있는 갈대’도 살펴볼 수 있다.
부천 펄벅기념관. 양평 ‘잔아문학박물관’은 북한강 동쪽 기슭에 있는 정원형 박물관이다. 소설가 잔아 김용만 선생이 건립한 곳으로, 잠시 쉬어가며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맛볼 수 있다. 세계·한국·아동문학을 모두 아우른다. 카프카·가와바타 야스나리·카뮈 등 문학가들의 테라코타 흉상이 함께 설치됐고, 김지하·김승옥·정호승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의 자료와 육필 원고가 전시됐다. 아동문학관은 ‘어린왕자’와 ‘안네의 일기’를 테마로 꾸며졌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