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弔日本)’.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0일 ‘안중근 의사 특별전’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광복 80주년을 맞아 처음 공개된 안중근 의사의 유묵((遺墨·죽기 전 남긴 글씨나 그림)이 경기도 안팎에서 큰 울림을 던지고 있다. 이 유묵은 큰 소리로 길게 탄식하며 일본의 멸망을 미리 조문한다는 뜻을 담았다. 안 의사의 흔들림 없는 기개와 역사관이 담긴 것으로, 안 의사가 여순감옥 등을 관장하던 일본제국 관동도독부 고위 관료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0일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특별전’ 개막식에서 “독립의 가치와 평화 사상, 나아가 통일에 이르는 길에 도(道)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지사는 “안 의사는 30년 정도의 짧은 인생을 사셨다”며 “인생 이야기는 100여년이 훌쩍 넘어서도 감동”이라고 했다. 이어 “안 의사가 3월26일 돌아가셨는데 유묵이 3월에 쓴 글씨니 추측하기로는 돌아가시기 직전에 쓰신 글이 아닐까. 동양지사라는 표현을 쓴 현재까지 발견된 유일한 유묵”이라고 덧붙였다.
20일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특별전’ 개막식에서 김동연 지사와 이종찬 광복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이종찬 광복회장도 “‘통일이 곧 독립’이라는 이번 전시회의 메시지는 안 의사의 고향인 황해도와 경기도가 인접한 지정학적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뜻깊다”면서 “모두에게 큰 울림을 주는 행사”라고 강조했다. 특별전은 내년 4월5일까지 경기도박물관 기증실에서 ‘동양지사, 안중근 - 통일이 독립이다’라는 주제로 이어진다. 특별전은 안 의사의 사상과 철학, 독립운동의 흔적을 소개한다.
김 지사는 21일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쓴다. 만 30년6개월, 짧은 인생을 살며 안중근 의사가 썼던 이야기는 10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획, 한 글자마다 힘이 느껴지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죽음을 초월해 쓴 글이라는 뜻으로 ‘초사체(超死體)’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또 “광복 80주년에 마주하는 안중근 의사의 글이 더욱 값지다”면서 “경기도는 역사를 바로 세우고 독립운동의 정신을 온전히 계승하기 위해 독립지사들의 삶과 이야기를 찾고 기리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 경기도 제공 경기도에 따르면 폭 41.5㎝, 길이 135.5㎝ 크기의 ‘장탄일성 선조일본’에는 안 의사의 세계관이 오롯이 담겼다. 안 의사가 명주 천에 쓴 작품으로 수결란에는 손도장과 함께 ‘일천구백십년 삼월 동양지사 대한국인 안중근 여순옥중서’라고 적혀 있다. 순국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안 의사 순국 이후 115년, 유묵 발견 뒤 25년 만에 귀환한 셈이다.
유묵 환수에 오랜 시간이 걸린 건 소유자가 자신의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렸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일본의 멸망을 외친 안 의사의 유묵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극우파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 탓이다.
국내에 공개된 바 없는 이 유묵은 도의 민간자본보조(24억원)로 광복회 경기도지부에서 구매했다.
유묵 ‘독립’. 경기도 제공 도는 ‘장탄일성 선조일본’과 함께 국보급으로 평가받는 유묵 ‘독립’(獨立)의 일본 소장자와도 반환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향후 도는 안 의사 고향인 황해도 해주와 가까운 DMZ 지역에 ‘안중근평화센터’를 건립해 기념사업과 유묵 발굴·수집·전시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