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총 사업비 4조6000억원 규모의 ‘강북횡단 지하도시고속도로’를 건설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의 만성적인 정체로 인해 강북 지역 발전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시는 지하도시고속도로 건설이 간선도로 기능 강화뿐 아니라 강북 지역의 도시공간 재편 역할을 하면서 ‘강북 전성시대’의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서울 시청에서 강북횡단 지하도시고속도로 건설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강북 중심부를 오가는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는 30여년간 시민의 발 역할을 해왔으나 현재는 기능이 크게 약화됐다. 시에 따르면 성산∼하월곡 구간 하루 약 13만대, 하월곡∼신내 구간은 약 9만대의 차량이 통행한다. 출·퇴근 등 ‘러시아워’ 시간대 평균 통행속도는 시속 34.5㎞로 이미 간선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강북권 주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빠른 이동을 도와야 할 도로가 만성 정체 구간이 된 것이다. 시에 따르면 강북 지역에는 서울 전체 인구의 47%에 해당하는 454만명이 살지만, 강북의 도시고속도로 연장은 전체 243㎞ 중 40%인 96㎞에 그친다. 반면 강남 지역의 도시고속도로 연장은 147㎞로 전체의 60%를 차지해 강남에 집중된 도로 기능을 강북과 분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거대한 고가도로 구조물이 도시를 단절시키면서 강북권 지역 경쟁력의 발목을 잡아 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가 하부 공간의 그늘과 소음·침체된 환경이 주변 상권과 주거지의 활력을 약화시켜 지역 발전을 저해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30년 가까이 된 고가 구조물이 노후화하면서 유지관리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시는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의 유지관리비가 올해 391억원에서 2055년 989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는 이미 수명이 다가오고 있어 유지비를 계속 투입하기보다 조속히 지하화 논의를 시작하는 게 현명하다”고 지하도시고속도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업비 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서울시 1년 예산이 51조원이 넘고, 이 사업을 한 10년 한다고 하면 연 3000억원 정도 드는데 부담하기 어려운 규모의 예산은 아니다”라면서 “매년 분할해 조금씩 투자하면 더 합리적이고 시민께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지하도시고속도로 건설을 오 시장이 강조해 온 ‘강북 전성시대’의 핵심 전략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시는 내년부터 차질 없는 사업 추진을 위해 관련 실국 합동 추진체인 ‘강북전성시대 기획단’을 구성·운영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시·자치구·지역주민·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학 협의체’를 구성해 모든 시민이 만족할 수 있는 계획안을 도출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 고가도로가 들어서 있는 지역의 환경도 정비한다. 홍제천·묵동천 등은 복원을 통해 수변 여가 공간을 조성하고, 단절된 도시 구조를 회복함으로써 강북 전반의 도시 경관과 정주 환경을 새롭게 정비할 방침이다.
오 시장은 “강북의 도약은 단순한 지역 균형을 넘어 서울의 미래를 새로 쓰는 대전환의 출발점”이라며 “이번 사업은 ‘다시, 강북 전성시대’의 핵심 동력이자 결정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