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인심 좋고 단합이 잘됩니다. ” 충북 단양군 단성면 두항리 방무식(62) 이장은 17일 세계일보에 “우리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칡즙과 소포장 농산물이 이렇게 팔릴 줄은 몰랐다”며 “처음에는 소일거리 삼아 시작했는데 이제는 마을 공동체 경제를 움직이는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마을은 고령층 소득 창출과 마을 공동체 회복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항리는 ‘2025 농촌 어르신 복지실천 시범사업’에 선정돼 사업비 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마을에서는 공동 재배장 및 작업장 조성, 소일거리 사업, 마을 경관 개선 등을 추진했다. 올해 3월부터 기존 경로당 공간에 포장기계와 작업대 등이 들어서고 정감 넘치는 마을로 변신을 꾀했다.
이 사업에는 주민 18명이 참여했다. 그중 70세 이상이 15명에 달해 전체의 83%에 달했다. 이에 ‘어르신 주도 마을 경제 프로젝트’로도 불린다.
가장 큰 성과는 칡즙 가공과 농산물 소포장 판매다. 주민들이 공동 작업장에서 직접 생산한 칡즙 200상자와 소포장 농산물 6종(산나물, 잡곡 등)을 마을 판매장에서 모두 판매해 17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마을 소유 토지에 4년 전 심었던 체리를 씻어서 소포장 판매에도 도전했다. 지난해 눈이 많이 내리면서 체리가 냉해를 입어 꽃눈이 떨어져 수확에 실패했다. 여기에 고라니 피해도 봤다. 주민들은 좌절하지 않고 군의 지원을 받아 울타리를 보강하는 등 내년 생산을 준비했다.
마을 분위기도 달라졌다. 공동 작업장에 모여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협력했다. 어르신들은 자주 모여 웃음꽃을 피우며 건강도 되찾고 수익금으로 마을 공동체 경제도 넉넉해졌다. 스마트폰 활용 교육으로 디지털 역량도 키웠다. 생산뿐 아니라 홍보와 판매까지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지속 가능한 마을 경제 운영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다.
이 마을은 충주호 선착장과 절경을 자랑하는 제비봉이 근거리에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칡즙과 농산물을 구매하며 “옛 손맛이 느껴진다”고 호평했다. 이런 탓에 내년에 생산할 칡즙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마을 경관 개선 사업으로 정비된 길과 판매장은 친근감을 준다. 지역 농산물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주민들은 사업 종료 후에도 공동 작업장과 판매장을 기반으로 운영을 지속할 수 있는 자립 구조를 마련했다.
단양군 관계자는 “두항리는 시범사업 종료 후에도 운영이 지속 가능한 자립 구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고령층 중심의 소일거리 사업이 단순한 복지를 넘어 실질적 소득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성과로 꼽힌다”고 전했다.
단양=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