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발표한 '기후에너지환경부 설립'을 주요 내용으로 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원자력 학계가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전 정책 기능은 신설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하지만 원전 수출은 산업통상부로 남게 된다. 학계에서는 원자력 정책이 쪼개지면서 업무 혼선과 비효율화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9일 "정부가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책의 통합 관리를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은, 원자력 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원전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며 "원전 생태계 붕괴시키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을 재고하라"고 밝혔다.
학회는 "AI 혁명, 데이터센터 확충,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국가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안정적인 대규모 기저 전력 확보는 국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며 "원전 건설·운영을 환경 규제 중심의 부처에 맡기는 것은 안정적 공급보다 규제를 앞세워 필연적으로 원자력 산업의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회는 또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는커녕 공급 능력을 후퇴시키는 시대착오적 결정"이라며 "나아가 정부가 추진하는 AI 국가 전략의 기반을 흔들고 모든 산업의 동력을 약화시키며 국민에게는 만성적인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부담을 떠넘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자력 업무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R&D)와 산업통상자원부(건설·운영·수출)로 이원화된 기존 구조에서 다시 다시 R&D, 건설·운영, 수출로 삼분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학회는 "이러한 기능의 분절은 부처 간 칸막이를 높여 통합적 정책 수립을 가로막고, 정책 실패 시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적 폐해를 낳을 것"이라며 "분절된 정책과 조직은 국제 에너지 협상에서 국가 전체 협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학회는 원자력 정책의 통합적 추진이 절실한 상황에서 단일 사업을 R&D, 건설·운영, 수출로 나누고 담당 부처를 달리하는 것은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며 산하 기관과 현장 업무자들은 세 부처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삼중고에 시달릴 것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학회는 "원전 수출은 국내의 성공적인 건설 및 운영 경험과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국내 사업과 해외 사업의 주무 부처를 분리하는 것은 거대한 세계 시장을 앞두고 우리 스스로 수출 경쟁력에 족쇄를 채우는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학회는 "정부는 원자력 정책을 분절시켜 국가 경쟁력을 훼손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며 "에너지 안보 강화와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원전을 탈탄소 시대의 주력 에너지원으로 확립하고 원전의 수출 산업화를 총력 지원할 독립적인 전담 행정부처를 신설하라"고 주장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