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비었는데… 지원금 푼 전북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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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등 재정자립도 10% 미만 불구 보편적 민생지원금 잇단 지급 ‘논란’
새해를 앞두고 전북 일부 기초자치단체가 재정 여건이 열악함에도 민생지원금 명목의 지역화폐를 지급하기로 하면서 재정 건전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6일 정읍시에 따르면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시민들의 생활 부담이 커진 상황을 고려해 소득·연령 구분 없이 내년 1월19일부터 전 시민에게 1인당 30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정읍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시민들의 고통을 덜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소요 재원은 예산 절감과 재정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가 보편적 현금성 지원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지방재정365’에 따르면 올해 당초 예산 기준 정읍시의 재정자주도는 56.35%로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78위를 기록했지만, 재정자립도는 9.69%로 182위에 머물렀다. 재정자립도는 지방세와 세외수입 등 자체 재원으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중앙 정부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14개 시군을 포함한 전북 전체 재정자립도는 23.51%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정읍시 등 9개 시·군은 재정자립도가 10%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읍시를 비롯해 진안군·남원시·김제시 등은 앞서 올해 설 연휴를 앞두고도 1인당 20만∼50만원을 ‘민생안정지원금’ 등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지급했다.

인접 지역에서는 “재정이 어려운 지자체가 결국 국비와 도비, 즉 다른 지역 주민들의 세금에 의존해 지원금을 뿌리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이런 보편적 지원금 정책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행정’, 또는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동현 전북대 교수(행정학과)는 “경기 침체 속에서 취약계층 지원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보편적 현금 지급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지방재정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하지 않은 채 반복되는 지원금 정책은 지역 간 갈등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읍=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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