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군 2026년 예산 편성 놓고 군수-군의회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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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2026년 예산 편성 놓고 군수-군의회 정면충돌
가세로 태안군수 “군정 발목잡기” vs 태안군의회 “소통 부재·절차 위반”
충남 태안군의 2026년도 본예산을 둘러싸고 가세로 태안군수와 태안군의회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군의회가 설날장사 씨름대회 개최비 등 주요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가 군수는 “군정 발목잡기식 몽니 부리기”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군의회는 “집행부의 소통 부재와 절차 위반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맞섰다.
가세로 충남 태안군수가 12일 군청 브리핑실에서 군의회의 예산삭감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2일 군과 군의회 등에 따르면 태안군의회는 전날 열린 제316회 제2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 7578억원 가운데 19건을 삭감해 7566억원으로 확정했다.

가장 큰 논란은 ‘2026년 설날장사 씨름대회’ 예산이다. 군의회는 내년 2월 태안 개최가 예정된 설날장사 씨름대회 개최 지원비와 홍보비 등 4억705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와 함께 태안군립합창단 운영과 관련한 연수비, 찾아가는 음악회, 정기연주회, 공연수당 등 총 5560만원도 전액 삭감했다.

이에 대해 가세로 군수는 예산 삭감 다음날인 12일 군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최를 불과 두 달 앞둔 전국 규모 대회의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치적 셈법에 따른 군정 발목잡기이자 몽니 부리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미 대한씨름협회와 KBS 중계까지 확정된 상황에서 대회 취소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결과”라며 “그 책임은 대안 없는 예산 삭감으로 일관한 군의회에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태안군의회는 예산 삭감 배경에 대해 ‘소통 부재’와 ‘행정 절차 위반’**을 핵심 이유로 들고 있다. 군의회는 전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설날장사 씨름대회는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연속 개최되며 운영진의 피로도 누적과 행사 효과성 저하 등 부적절성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의회는 그동안 꼭 필요하다면 격년제로 개최할 것을 권고해 온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군의회는 특히 집행부가 의회 사전 보고 없이 공모 신청을 진행한 점을 문제 삼았다. 군의회는 “공모사업 신청은 예산을 심의·확정하는 지방의회에 대한 사전 보고 의무가 있음에도, 집행부가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이미 개최지로 선정돼 변경이 어렵다는 이유로 사후 승인을 강요하는 것은 사실상 예산 심의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전재옥 태안군의회 의장도 폐회사를 통해 “예산은 집행부의 편성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군의회의 심의·조정을 거쳐 군민의 삶과 현장에 맞게 다듬어지는 것”이라며 “이번 본예산 심의 결과는 소통 부재가 낳은 결과로, 그 책임은 군과 군의회가 함께 짊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립합창단과 태안소식지 예산 삭감을 둘러싼 시각차도 뚜렷하다. 가 군수는 “군립합창단은 흥행성이 아니라 군민 정서 함양과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공공 자산”이라며 “문화와 예술을 경제적 효율성만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또 태안소식지 예산과 관련해서는 “군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결정”이라며, 군의회의 감시 아래 놓인 소식지라면 관련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번 예산 삭감을 둘러싼 충돌은 단순한 재정 논란을 넘어, 집행부의 사업 추진 방식과 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둘러싼 구조적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설날장사 씨름대회의 실제 개최 여부와 군의회의 추가 대응 여부에 따라, 향후 태안군 정국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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