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개편 논란 속 금감원, 이사회 의장도 소집…‘신관치 금융’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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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개편 논란 속 금감원, 이사회 의장도 소집…‘신관치 금융’ 우려 확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구성과 관련해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주주 추천을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금융권에 큰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이사회 의장들과의 간담회도 진행할 예정이어서 긴장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사회 의장 간담회는 매년 연말 열리는 정례 일정이지만, 이미 '신(新)관치 금융' 논란이 확산한 직후라는 점에서 이번 만남에서 또 어떤 추가 메시지가 나올지 업계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iM·BNK·JB 등 8대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에게 간담회 개최를 통지했다. 금감원장과 이사회 의장의 간담회는 매년 연말 진행하는 정기 행사다. 다만 올해는 개최 일정이 늦어져 내년 1월께 열릴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주 회장 간담회를 한 직후라 일정상 부담이 있다"며 "(의장 소집은) 12월에는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통지 소식이 알려지자 금융권에서는 '신관치 금융'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0일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며 사외이사 추천 경로 다변화, 특히 국민연금 추천 사외이사 포함을 주문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민간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에 감독당국이 직접 개입하는 신호로 읽힌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정치권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문재인 정부 시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과정에서도 국민연금의 상장사 경영 개입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금융지주 사외이사 추천에 국민연금을 참여시키는 구상이 다시 제기된 것 자체가 업계에선 민감한 사안이다. 국민연금은 KB금융 8.28%, 신한금융 9.13%, 하나금융 8.77%, 우리금융 6.56% 등 주요 지주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그뿐 아니라 1300조원대 자산을 운용하는 기금운용위원회는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린다. 업계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약한 기관이 사외이사 인선을 통해 민간 금융사 지배구조에 영향을 확대하는 구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발과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원장이 정보기술(IT)·정보보안 및 금융소비자 보호 분야 사외이사를 최소 1명 이상 포함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논란의 한 축이다. 평소 이 원장이 '소비자보호 실패는 생존 리스크'라고 강조해온 만큼 배경 자체는 명확하지만, 이사회 구성에 대한 감독당국의 직접적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감독·검사 기조도 금융권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금감원은 내부 직원 횡령 등 도덕적 해이는 물론 외부 해킹에 따른 전자금융 사고까지 제재·검사 대상으로 삼는 강경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롯데카드·쿠팡페이 등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고강도 검사를 진행하고 제재를 시사한 것이 대표 사례다.


여기에 이 원장이 국정감사에서 특정 금융지주를 겨냥해 "특이한 면이 많아 챙겨보고 있다. 문제가 있으면 수시 검사를 하겠다"고 발언한 것도 논란을 불렀다. 해당 지주는 이후 현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다시 올렸고, 이 원장은 "경영 개입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금감원 내부에서도 "괜한 발언으로 관치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주 회장 간담회에 이어 이사회 의장 간담회가 예정되면서 금융권은 압박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정례 간담회라 하더라도 최근 발언의 후폭풍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추가 요구나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위원 출신으로 의사결정에 깊숙이 개입한 경력을 가진 감독당국 수장이 금융지주에 국민연금 인사를 사외이사로 포함하라고 요구하는 형국이어서 당혹감이 크다"며 "정치권의 '상생금융' 정책 기조와 맞물려 감독당국의 의사결정 개입이 일상화될 경우 신관치 금융 논란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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