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한 기후보험이 이곳저곳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시행 8개월 만에 4만2000건 넘는 보험료 지급이 이뤄지며 ‘성과’를 자찬하는 목소리와 함께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잖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0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 기후보험’은 올해 4월11일 시행된 뒤 이달 5일까지 4만2278건, 9억2408만원의 지급 성과를 냈습니다. 이미 도내 대표 기후위기 대응 정책으로 자리 잡은 상태입니다. 도내에 거주하는 도민이면 자동 가입되는 이 보험은 이상기후에 따른 질환이나 사고 등을 보상합니다.
온열·한랭질환 진단비를 비롯해 감염병 진단비, 기상특보 관련 4주 이상 상해 시 사고위로금 등을 정액 보장하도록 설계됐죠. 주로 여름철 온열질환 등에 따른 사고위로금과 입원비, 교통비 등이 지급됐는데,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에게만 4만1444건(98%)이 보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7월 집중호우로 급류가 휩쓸고 간 경기 가평군 대보교. 연합뉴스 ◆ 전체 98% 취약계층에 지급…교통비 편중은 단점 배우자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한 주민의 경우 기후보험을 통해 온열질환 진단비 10만원과 사고위로금 30만원 등 40만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지난 7월 집중 호우로 수해복구 작업에 나섰던 가평군민 A씨는 밀려온 토사에 전치 4주의 골절상을 입은 뒤 사고위로금 등 40만원을 받았습니다. 이례적 폭염과 집중 호우가 반복된 이상기후의 피해라 판단한 A씨가 경기도의 기후보험 보상을 신청한 덕분입니다.
구체적 지급 항목을 살펴보면 의료기관 교통비 4만1414건, 온열질환 617건, 감염병 175건, 사고위로금 47건, 입원비 23건, 한랭질환 2건입니다.
경기 기후보험 지급 건수. 세계일보 DB 기록적 폭염을 보인 올 5∼9월 ‘질병관리청 온열질환감시체계’ 기준을 충족한 도내 온열질환자는 978명에 달했습니다. 이 중 지금까지 집계된 기후보험금 지급은 617건입니다. 감염병의 경우 말라리아(113건)가 가장 많았고 가을철 쓰쓰가무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등도 지급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7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후재난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에 건강보험처럼 우리 일상을 지키는 보험이 필요하다”며 “경기도의 기후보험이 바로 그 시작으로 더 많은 도민이 혜택을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파와 폭설이 예상되는 이번 겨울에도 효과를 톡톡히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랭질환(저체온증, 동상 등) 진단 시 진단비 10만원, 한파나 폭설로 인해 4주 이상 상해 진단 시(기상특보일에 한함) 사고위로금 3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한파 피해와 관련된 보상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지난 7월 홍수피해를 입은 경기 가평군을 방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 두 번째). 경기도 제공 ◆ 김동연 “기후재난이 일상…건강보험 같은 보험 필요” 다만, 기후보험 사업은 올해 일부 시행착오를 겪은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에는 궤도에 안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올해 도가 보험사에 지불한 보험료는 26억원이 넘습니다. 반면 보상 지급액은 아직 보험료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추후 사업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죠.
아울러 피해보상보다 교통비 청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것도 개선점으로 꼽힙니다. 의료기관 교통비는 취약계층이 폭염, 태풍 등 기상특보가 발령됐을 때 택시 등을 타고 의료기관을 방문하면 지급됩니다.
일각에선 가을장마와 이상 고온으로 농작물 피해가 잇따른 만큼 기후재난 시대에 맞는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농가 피해까지 보상하도록 보험 확대를 요구하는 겁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전체 지급 건수 대다수가 고령이나 저소득층 등 이른바 기후 취약계층이어서 예기치 못한 위험에 대비하기 어려운 주민에게 더 보탬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보험금은 사고·피해 이후 3년간 지급이 가능해 향후 지급 신청이 더 늘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