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디벨로퍼인 신영그룹이 우미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 중인 광주 챔피언스시티 복합개발 사업이 내년 4월 분양을 목표로 막바지 준비에 들어갔다. 이 사업은 광주 북구 임동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약 29만㎡)를 주거·상업·문화 시설이 어우러진 랜드마크로 탈바꿈시키는 총사업비 4조원 규모 초대형 프로젝트다.
신영그룹 지주사격인 신영의 손종구 대표이사는 10일 서울 강남구 신영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복수의 1군 건설사와 막바지 협상 중이며, 내년 1월에는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내년 4월 분양과 동시에 착공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 기존 시공사였던 포스코이앤씨와 대우건설이 발을 빼면서 일각에서 제기한 '사업 위기설'에 선을 그은 것이다.
"지방이라 안 된다? 청주도 그랬다"
손 대표는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지방 사업장에 대한 수주 심의가 매우 보수적으로 강화된 측면이 있다"며 "현장 실무진은 사업성을 높게 평가하더라도, 본사 심의 과정에서는 '다 알겠는데 지방'이라는 선입견이 작용한다"고 했다.
그는 "챔피언스시티와 사업 규모가 비슷한 '청주 지웰시티'도 처음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며 "완전히 도심에서 벗어난 부도심이었지만 성공시켰다. 챔피언스시티는 오히려 청주보다 입지가 낫다"고 했다. 청주 지웰시티는 민간 주도 국내 최대 복합단지로, 신영그룹이 충북 청주 대농지구를 4852가구 규모로 개발했다. 현대백화점을 앵커(핵심시설)로 유치하고 대형 학원가를 조성해 지금은 '청주의 대치동'으로 불린다.
1년간 현장 누비며 시장 파악…광주 소비성향·교육열 정조준
자신감의 배경에는 집요한 사전 시장 조사가 있다. 손 대표는 "데이터 검증을 위해 바닥 민심부터 철저히 파악했다"며 "지난 1년간 직원들이 광주 지역 내 부동산 중개업소 3510여곳 중 90%를 만났고 지역 자산가들과 심층 인터뷰도 진행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손 대표는 광주 특유의 소비 성향과 교육열을 간파했다. 그는 "광주 시내에 가보면 억대 고급 수입 세단이 서울 강남만큼이나 많이 돌아다닌다"며 "구매력 있는 '진짜 부자'는 많은데, 이들의 눈높이를 맞춰줄 하이엔드 상품이 없었을 뿐"이라고 했다. 실제로 신영은 VIP 인터뷰를 통해 예상보다 15% 높은 분양가도 수용 가능하다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교육 시장의 역설적인 기회도 포착했다. 손 대표는 "광주는 전통적으로 공교육 중심 분위기가 강하지만, 역설적으로 자녀에게 차별화된 교육 기회를 제공하려는 학부모들의 사교육 갈증은 그 어느 곳보다 뜨겁다"고 진단했다. 신영은 이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제주 국제학교 인근에 자리 잡은 유명 영어유치원을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쇼핑 출신 '유통 전문가'답게 상권 유동인구를 빨아들일 킬러 콘텐츠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손 대표는 "무신사 등 젊은 층을 끌어들일 패션 플랫폼, 대학병원급 건강검진센터 등 철저히 수요에 기반한 킬러 콘텐츠를 채워 넣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단지 내 공공청사 부지에 광주광역시와 협력해 '국립중앙박물관 분원' 유치도 타진 중"이라고 했다.
계열사 대표만 모이는 끝장 토론…"내년 '밸류체인' 시너지 극대화"
건설업계 불황에도 신영이 과감한 베팅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탄탄한 '밸류체인'과 실적이 있다. 신영은 개발(신영), 시공(신영씨앤디), 임대차자문(신영에셋), 서비스운영(에스엘플랫폼), 펀드운용(브라이튼자산운용) 등 개발 전 과정을 아우르는 계열사 라인업을 갖췄다.
손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회사(신영)에서 수직적 지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계열사 대표단 회의'를 통해 계열사별 유기적 협력을 추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각 사 대표 6명은 한 달에 두세 번 정기적으로 모인다. 필요하면 평일에도 수시로 만나 머리를 맞댄다.
손 대표는 "단순 보고 자리가 아니라 이슈를 놓고 서로 얼굴을 붉히며 싸우는 치열한 토론장"이라며 "실무진 없이 대표들만 참석하기 때문에 업무 디테일을 숙지하지 못하면 참여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이 높다"고 했다. 그룹 오너인 정춘보 회장 역시 이러한 산파적인 토론을 독려하고 있다. 손 대표는 "회장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보고하면 오히려 '반대 의견은 왜 없었냐'며 되물으신다"고 했다.
내년에는 밸류체인 시너지를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다. 손 대표는 "과거에는 모회사 중심이었다면 내년부터는 계열사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발굴하고 나머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협업 강도를 높일 것"이라며 "각 사가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춘 '메인 플레이어'로 뛰어야 그룹 전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고금리와 PF 위기로 대다수 시행사가 역성장하며 고전한 것과 달리, 신영은 매출 9754억원, 영업이익 103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4.7%, 40.3% 성장했다. 불황 속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뤄낸 것이 광주 프로젝트와 같은 과감한 투자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손 대표는 "미국 등 해외 시장은 법규와 사업 환경이 국내와 달라 신영이 추구하는 주도적인 기획과 운영을 펼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며 "단순히 자금을 투자해 수익만 내는 재무적 투자 방식보다는 신영이 직접 주도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손 대표는 향후 디벨로퍼 미래가 '분양'이 아닌 '운영'에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제는 땅을 사서 짓고 파는 일회성 사업 구조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며 "일본 롯폰기힐스를 만든 모리빌딩처럼 기획부터 시공, 준공 후 운영까지 책임지며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운영형 디벨로퍼'로 체질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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