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일 해가 저문 저녁 서울 관악구 별빛내린천. 다양한 미디어아트와 빛 조형물이 어우러져 천변을 환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미러볼과 조명으로 연출한 ‘꽃송이 조명’, 빛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터널, 가수이자 작가인 김창완씨의 회화 작품을 활용한 미디어아트까지 천변 곳곳이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가수 겸 작가인 김창완씨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인 ‘더 컬러 오브 화이트(The Color of White)’. 관악구 제공 기온은 영하로 떨어졌지만 시민들은 곳곳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등 분위기를 즐겼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아이들과 함께 체험형 작품에서 추억을 남겼다. 관악구 대표 겨울 축제인 ‘관악별빛산책’이 천을 따라 선보이는 빛의 예술로 특별한 밤을 선사하고 있다. 관악구는 지난 1일부터 별빛내린천 일대에서 조명 축제 관악별빛산책을 진행 중이다. 올해로 5회를 맞은 이 축제는 31일까지 이어진다.
9일 구에 따르면 이번 축제는 ‘화이트 매직(White Magic)’을 주제로 신림교에서 봉림교까지 약 300m 구간에 걸쳐 펼쳐진다. 각 구간에서는 9명의 작가가 설치한 작품 17개가 천변을 밝히고 있다.
‘환영의 빛’ 구간인 신림교 일대에는 높이 4m의 꽃 조형물이 주변을 빛으로 물들이며, 마치 방문객을 맞이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손을 대면 색이 변하는 빗방울 모양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서원보도교 인근의 ‘예술의 빛’ 구간에서는 본격적인 조명 예술 전시가 이어진다. 이 구간의 핵심 공간인 ‘화이트 매직하우스’에는 미디어아트 작품이 전시된 8개의 방이 있다. 마법의 방에서는 박종음·유현하 작가의 ‘빛의 환각’과 ‘라이트블럭’이 음악과 유리 블록을 활용해 빛의 움직임을 구현한다. 음악에 반응하는 LED 설치작품 ‘얼음악기’(김상현), 사각 프레임 속 빛의 확산을 표현한 ‘빛의 호흡’(김건우) 등이 전시된 방들도 눈길을 끈다. 공간 중앙에는 높이 5m의 대형 조형물 ‘화이트 매직 트리’가 설치돼 야간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현장을 동행한 관악문화재단 홍정환 파트장(창의예술팀)은 “다양한 빛의 예술이 모이면 결국 가장 밝은 빛(화이트)이 된다는 콘셉트로 공간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가수 겸 작가인 김창완씨. 뉴시스 봉림교 인근 ‘함께의 빛’ 구간에는 김창완씨의 작품이 전시된 특별공간 ‘더 컬러 오브 화이트(The Color of White)’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그가 직접 그린 꽃 그림을 미디어아트로 영상화한 ‘춤추는 꽃’과 달 조형물에 담아낸 ‘꽃이 피는 달’을 감상할 수 있다. 천변 위에는 철제 컨테이너로 만든 복합문화공간 ‘S1472’가 자리 잡고 있다. 비주얼 아티스트 빠키(VAKKI)가 다양한 색상과 도형으로 디자인한 이 문화플랫폼은 커뮤니티 활동, 창작 지원, 소규모 공연·전시가 가능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구는 축제 기간 인근 상권 활성화를 위한 이벤트도 진행한다. 별빛내린천 인근 신원시장과 서원동 상점가에서 물건을 구매한 뒤 영수증을 수변 무대 인근 부스에 제출하면 경품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서울대 천문동아리 ‘AAA’와 함께하는 별 보기 등 각종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김세희 기자 saehee012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