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인 'H200'의 중국 공급 가능성이 열리면서 한국 메모리 산업에는 수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H200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한국 업체가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어, HBM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더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 H200은 이전 세대 대비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이 크게 늘어난 HBM3E를 채택하고 있으며, 이 HBM 설계·양산을 한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점유율 1위로 독주하고, 마이크론과 삼성전자가 뒤를 추격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HBM3E 양산 경험을 확보했고, 차세대 HBM4 개발에서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아직 HBM 양산 능력을 갖추지 못한 만큼, 중국 기업이 미국산 가속기를 도입할 경우 한국산 HBM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도 미국의 대(對) 중국 규제로 묶였던 물량이 풀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로 큰 손실을 겪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에 따르면 잠재 매출 약 150억달러가 증발하며, H20 재고 관련 비용 45억∼55억달러가 손실로 반영됐다. 규제 시행 전 95%에 달했던 중국 내 점유율은 한때 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의 중국향 가속기 공급이 멈추면서 국내 기업들의 공급 흐름도 영향을 받았다. 엔비디아는 HBM이 일체형으로 패키징되는 구조인 만큼 메모리 업체와 후공정 협력사의 생산 캘린더가 엔비디아 주문량에 직접 연동돼 왔다. 엔비디아 H20 수출 금지로 약 800만개 규모 HBM 유닛이 영향을 받으면서 국내 업체 기준 약 16억달러 규모의 수출 타격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H100과 H200은 이미 중국 수출이 전면 금지된 품목이어서 이들까지 포함하면 국내 업체가 입은 HBM 수출 손실은 16억달러를 크게 넘어선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규제로 묶였던 물량이 일부 해소될 가능성에 반색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풀리면 HBM 칩 공급사인 한국 업체들 입장에선 상황이 더 좋아질 것"이라며 "다만 현재로선 제약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을 가지고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도 "그동안 중국에 칩 공급을 많이 해온 한국 업체들, 특히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호재"라며 "대중국 수출 규제의 영향을 받아 줄었던 물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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