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토크 1호 몇 해 전인 1957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 주위 궤도에 발사하는 데 성공한 것에 큰 충격을 받고 유인 우주비행에선 앞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미국은, 소련이 다시 1961년 유리 가가린을 태운 보스토크 1호로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도는 유인 우주비행마저 성공시키자 유인 달 탐사로 목표를 수정해야 했다. 다행히 소련이 우주비행 지원에 적극적이던 니키타 흐루쇼프가 축출되는 등 정치적 격변으로 우주탐사가 잠시 중단됐고, 미국은 이 사이 제미니 계획과 아폴로 계획을 맹렬히 진행시키 나갔다. 특히 1965년부터 1966년 사이 1년 8개월 동안 무려 10회의 유인 우주비행을 실시하면서 소련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1969년) 7월19일 달 뒷면에 도착한 아폴로 11호는 로켓 역추진으로 감속해 달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했다. 7월20일,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달 착륙선으로 이동했고 사령 및 기계선에서 분리된 달 착륙선은 30초 동안 역추진해 달 표면 14.5km 상공에 접근하는 타원 궤도에 진입했다. 달 가까이 접근했을 때 달 착륙선은 다시 756.3초 동안 역추진해 속도를 줄여 달 표면에 착륙했다. 착륙 6시간39분 후에 암스트롱은 달 착륙선에서 내려와 달 표면에 첫발을 디뎠고, 이 장면은 전 세계 60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TV 생중계로 지켜봤다. 1960년대 안에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1961년 케네디의 선언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105쪽)
미국은 1969년 아폴로 11호로 달 표면에 2명의 우주인을 보내면서 우주 경쟁에서 소련에 결정적으로 앞서 나갔다. 이후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 보이저 1호의 목성 및 토성 탐사에 이어, 보이저 2호가 목성과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연달아 방문하는 그랜드 투어를 성공시키면서 태양계 무인 우주탐사를 주도했고, 1981년에는 우주왕복선 계획으로 우주탐험을 선도할 수 있었다.
이미 『우주탐사의 물리학』(2023)을 통해 우주 탐험에 관한 지식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설명했던 저자는 신간 『우주탐사의 역사』(동아시아)에서 우주탐사의 역사를 개괄하면서도 주요 국면과 구체적 내용에 대해 과학적인 정보와 지식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1856년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원작으로 한 1902년 프랑스 영화 「달나라 여행」에선, 커다란 대포를 쏴서 달까지 날아가는 우주선 이야기가 나온다. 뉴턴을 비롯한 근대 과학 원리에 따르면, 대포를 쏜 속도가 충분히 빠르면 대포알이 다다를 수 있는 최대 높이가 달이 위치한 높이 이상으로 멀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탄도미사일이 개발되기 전까진 어디까지나 과학 지식 또는 예술적 상상력 차원의 이야기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1944년 9월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연합군에 패퇴한 나치 독일이 파리를 향해 대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이틀 후에는 영국 런던에도 미사일 폭격을 가했다. 이전에는 볼 수 없는 전혀 새로운 무기의 등장이었다. 바로 베르너 폰 브라운이 이끄는 독일 로켓 과학자들이 개발한 V-2 미사일이었다.
현대적 우주탐사는 바로 V-2미사일 공격에서 시작됐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V-2 미사일은 우주의 경계를 넘어 올라간 최초의 인공물체였기 때문이다. 실제 V-2로켓이 도달한 최고 높이는 174km였다. 우주가 시작되는 높이를 100km로 보고 있기에 V-2로켓은 우주에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무인 탄도 우주비행을 한 로켓이었다. 이 같은 나치 독일의 로켓 기술은 전쟁이 끝난 뒤 승전국인 미국과 소련으로 흘러들어갔고, 이는 우주 경쟁의 촉매제가 됐다.
1957년 10월4일, 소련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 주위를 도는 최고 높이 939km 궤도에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단순히 우주가 시작되는 높이에 도달하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의 높이에 올라가 지구 주위를 돈 첫 인공위성이었다. 소련은 다시 30일 뒤에도 개 ‘라이카’를 싣고 두 번째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를 쏘아 올렸다.
스푸트니크 1호의 질량은 83kg에 불과했지만, 미국에겐 엄청난 위기의식을 던져주었다. 소련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기술을 획득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관련 과학기술도 미국을 앞섰을 가능성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스푸트니크 위기’였다.
달 표면에서 활동하는 버즈 올드린 미국은 스푸트니크 위기를 계기로 인공위성 발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스푸트니크호 발사 10개월 만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설립하고 과학과 국방 교육 분야에서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면서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이 시작됐다. 소련은 아폴로 11호의 달 탐사 이후 앞서가는 미국에 맞서 지구 저궤도를 도는 우주 정거장을 설치했고 자신의 우방 국가들과 우주협력 계획도 시도했다. 하지만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우주 경쟁은 미국 주도의 우주 협력의 단계로 전환했고, 최대 규모의 우주정거장인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로 이어졌다. 중국은 2003년 선저우 5호로 우주인을 우주로 보낸 뒤 귀환시키면서 우주 경쟁에 가세한 형국이다.
21세기 들면서 우주탐험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2020년 일론 머스크가 CEO인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가 팰컨9에 크루 드래건으로 우주인을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운송하기 시작하면서 민간 우주시대를 활짝 열린 것이다. 스페이스엑스는 부문 재활용 로켓인 팰컨 9과 팰컨 헤비를 넘어, 완전 재활용을 목표로 스타십 우주선을 개발하고 시험 발사를 이어가면서 민간 우주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책은 우주 탐사에 대한 역사적 서술을 따라가면서도 주요한 과정과 국면에서 관련 기술의 기본 원리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풍부하게 제공, 이해를 심화시켜준다. 지구 밖 행성으로 가기 위해선 왜 우주선의 속도가 중요한지, 착륙선뿐만 아니라 궤도선이 왜 필요한지, 천체망원경을 왜 우주에 설치해야 하는지, 우주 정거장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만드는지, 우주선 재사용이 왜 상업적으로 중요한지....
예를 아폴로 11호의 달 탐사를 비롯해 유인 달 탐사에 필수적인 속도증분에 대한 개념을 초보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즉, 지상에서 발사해 지구 주위를 도는 지구 저궤도에 올라가는 단계, 지구 저궤도에서 달을 향하는 달 전이궤도로 진입하는 단계, 달 전이궤도에서 달 주위를 도는 달 저궤도로 진입하는 단계, 달 저궤도에서 달 표면에 착륙하는 단계, 달 표면에서 이륙해서 달 저궤도로 올라가는 단계, 달 저궤도에서 지구로 향하는 지구 전이궤도로 진입하는 단계, 지구 대기에 진입해 착륙하는 단계 등 주요 단계별로 나눠 로켓추진 속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국제우주정거장 “지구 저궤도로 올라가는 첫 번째 단계와 달 전이궤도로 진입하는 두 번째 단계에서는 로켓 추진으로 우주선 속도를 높여야 하고, 달 저궤도로 진입하는 세 번째 단계와 달에 착륙하는 네 번째 단계에서는 로켓 역추진으로 우주선의 속도를 줄여야 한다. 속도를 높이는 가속과 속도를 줄이는 감속은 로켓을 추진하는 방향만 다를뿐 로켓 추진을 하는 것 자체는 다르지 않다. 가속 과정이나 감속 과정에서, 로켓 추진으로 속도가 얼마나 많이 변하는가를 나타내는 속도증분이 중요하다. ”(88쪽) 요컨대, 책은 현재의 우주 탐사 모습은 물론이고, 인류가 어떻게 우주탐사를 시작했고, 어떠한 과정과 노력을 거쳐 발전시켜왔는지, 그 모든 역사에 대한 상세하고 친절한 안내서라고 할 것이다.
한국도 지난달 27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민간 주도로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를 성공적으로 발사, 차세대 중형위성 3호를 비롯해 여러 탑재 위성들을 계획된 고도 600㎞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난 2일에는 누리호에 이어 다목적 실용위성 7호(아리랑7호)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하기도 했다. 비록 유럽의 우주발사체 ‘베가-C(VEGA-C)’에 실리긴 했지만.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릴 수 있는 자체 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대한민국 우주 탐사는 앞으로 어디로 향해 나아가야 하고,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왜 그래야 하는 것일까.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 팰컨9 “누리호로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릴 수 있는 자체 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대한민국은 인공위성을 넘어 달, 소행성, 행성 탐사 등의 더 높은 수준의 우주탐사를 기획하고 실현할 차례이다. 이미 이 과정을 밟아간 우주탐사 선진국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그 바탕에 깔린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10쪽)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사진=동아시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