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28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사관후보생 임관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전량을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증여하기로 하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삼성물산에서 이 회장의 지배력이 한층 강화됐다.
2일 삼성물산 공시에 따르면 홍 명예관장은 자신이 보유한 삼성물산(028260) 주식 전량인 180만8577주를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에게 증여한다. 계약 체결일은 지난달 28일, 증여일(거래 종료일)은 내년 1월 2일이다.
증여 대상 주식 규모는 계약 체결일 종가(22만 5000원 기준)로 약 4070억 원에 해당한다. 이 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기존 19.76%에서 20.82%로 높아지며 홍 명예관장 지분은 0%가 된다.
증여세 부담은 2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과세표준 30억 원 초과 구간에는 최고세율 50%가 적용되며, 최대주주 할증(20%)이 더해져 평가액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배당금이나 주식담보대출 등을 활용해 증여세 재원을 조달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지분 이동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구조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 체계의 핵심축에서 이재용 회장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25조 원대 주식재산 상속 과정에서 홍 명예관장은 약 7조 원 규모를, 이 회장은 약 6조4000억 원을 상속받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각각 5조8000억 원, 5조2400억 원 규모를 상속받았다.
총수 일가는 12조 원이 넘는 상속세를 연부연납 방식으로 납부 중이며 홍 명예관장과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일부 보유 주식을 매각했지만 이 회장은 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왔다.
한편 증여계약이 이뤄진 지난달 28일은 이 회장의 장남 이지호 씨가 해군 소위로 임관한 날이기도 하다. 제139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임관식에는 홍 명예관장, 이 회장, 이서현 사장이 참석해 임관을 축하했다.
아주경제=이은별 기자 star@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