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026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하루 남긴 1일에도 협상에 진통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을 합의처리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이재명정부 주요 사업 예산은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당의 포퓰리즘적인 예산은 삭감해야 한다고 맞섰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안의 합의처리를 위해 마지막까지 만나고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2일 본회의에서 예산안 표결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실무 협의는 대부분 마무리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최종 결단과 책임”이라며 국민의힘을 향해 “발목잡기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안 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여야가 마지막 날까지 협상을 진행하던 과정에서 (여당이) 갑자기 일방적으로 감액만 해서 예산안을 통과시킨 전례가 있다”며 “겉으로는 협상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실질적으로는 일방처리하기 위한 수순을 정해놓고 움직이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부 예산안에 포함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예산 1조1500억원 등을 포퓰리즘 예산으로 규정하고 예산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여야는 원내대표단 회동에서도 기싸움을 이어갔다. 회동에는 민주당 김 원내대표와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국민의힘 송 원내대표와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했다. 문 원내운영수석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해주지 않으면 (협상을) 못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여야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소위를 통해 쟁점 예산안 180여건에 대해 논의했지만, 여전히 80여건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양측이 법정 처리시한인 2일까지 합의하지 못한다면 여당이 예산안을 단독처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일은 12·3 비상계엄 1년이자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결과도 예정돼 있다. 여당에서는 ‘내란’을 언급하며 야당을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야당은 방어에 나서며 여야 대치가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소속 한병도 예결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끝내 민생경제 예산과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예산을 표적 삼은 무조건적인 감액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며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기한 내 처리를 위해 국민의힘에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