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조력자살 지원단체 ‘디그니타스’의 창립자 루트비히 미넬리가 조력자살로 세상을 떠났다. 존엄한 죽음을 주장했던 그는 본인의 철학대로 삶을 마무리했다.
스위스 조력자살 지원단체 ‘디그니타스’ 창립자 루트비히 미넬리. 가디언 캡처 1일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위해 평생을 바친 루트비히 미넬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93번째 생일을 앞두고 조력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언론인 출신 인권 변호사인 미넬리는 1998년 디그니타스를 창립해 수천 명의 조력자살을 지원했다. 조력자살은 의사의 도움을 받아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투여하는 형태의 안락사다.
미넬리는 디그니타스에서 “삶 속의 존엄성, 죽음 속의 존엄성”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죽을 권리’ 캠페인을 벌였다.
그는 2010년 BBC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 아직 실현되지 않은 마지막 인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투쟁해야 한다”며 “그 마지막 인권은 스스로 삶의 끝을 결정할 권리, 그리고 위험이나 고통 없이 그 결정을 실현할 수 있는 권리”라고 말했다.
디그니타스가 설립된 후 약 30년간 조력자살에 대한 국제적 인식은 크게 변화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는 최근 말기 질환 일부 환자에게 조력자살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캐나다·호주·뉴질랜드·스페인·오스트리아는 2015년부터 조력자살법을 도입했으며, 미국에서는 10개 주에서 조력자살이 합법이다.
특히 디그니타스는 스위스인뿐 아니라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는 나라에서 스위스로 오는 외국인에게도 조력자살을 지원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디그니타스는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외국인을 포함해 4000명 이상의 조력자살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스위스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을 직접 투입하는 방식의 안락사는 불법이다. 다만 스위스는 이익 추구 목적이 없고, 죽음을 원하는 사람이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조건으로 1942년부터 조력자살을 허용했다.
한국에서는 조력자살이 불법이지만 합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조금씩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성인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2%가 조력자살 합법화에 찬성한 바 있다.
윤성연 기자 y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