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서 회식을 마친 직장인 A씨(31)는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 두 개를 번갈아 켜놓고 30분을 기다렸지만 실패했다. 결국 기본요금과 호출비가 더 비싼 대형택시를 혼자 탔다. 그는 "노원구까지 15㎞쯤 됐는데 요금이 5만원"이라며 "요즘 택시 잡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고 했다. 최근 서울 도심 전역에서 택시 잡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연말 수요가 겹치며 '택시 대란' 재현 우려도 커지고 있다.
1일 택시감차보상재원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국 법인 및 개인택시 운전자 수는 23만7321명으로 2019년 같은 달(26만8277명)보다 11.5% 줄었다.
택시업계는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호소한다. 전국법인택시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배달업 등으로 떠난 기사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라이더는 시간 조절이 자유로운 데다 진입 장벽도 낮아 젊은층 이탈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주요 원인은 적은 수입이다. 월 200만원대의 급여를 받았다는 전직 택시기사 박모씨(62)는 "도심에선 손님 태우러 가는 데만 5~10분, 4~5㎞ 운행에도 50분 넘게 걸릴 때가 많다"며 "그렇게 뛰어도 요금이 1만원 초반대라 인건비도 안 나온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선 "요금은 여러 해 묶였는데 물가만 올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섭 한국개인택시평의회 회장은 "택시 요금은 선거 등 정치 일정 영향을 받아 제때 오르지 않는다"며 "버스·지하철은 정기 조정이 가능하지만, 택시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국제 택시요금 비교 사이트 '택시 캘큘레이터'에 따르면 서울 택시 요금(편도 8㎞ 기준 1만683원)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비슷한 이탈리아 로마(약 2만4000원), 스페인 마드리드(약 2만6000원)보다 낮다.
공급 감소는 시민 불편으로 이어진다. 폭우·행사 등 수요가 급증하는 날엔 체감이 더 크다. 직장인 이모씨(29)는 "핼러윈 때 이태원에서 블랙도 벤티도 전혀 안 잡혔다"고 했다. 두 서비스는 일반 택시보다 많게는 두 배 비싸지만, 그마저 잡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연말에 야간 택시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민들이 택시 잡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직장인 김모씨(52)는 "저녁 식사나 술자리가 끝나고 택시를 잡기 어려울 때면 몇십 분을 길거리에서 발을 구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연말엔 각종 모임이 많은데, 모임 장소를 정할 때 가급적 지하철을 타기 편한 곳으로 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공급 부족 해소를 위해 휴업 중인 법인택시 면허 1000대를 말소하고 개인택시 면허 500대를 새로 발급하는 감차 사업을 연내 추진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시내 운행 택시 500대를 늘리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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