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음악인 정재형이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품격을 음률로 완성했다. 작곡·편곡 전 과정을 총괄하며 무려 249곡을 만들어내며, 매회 시청자들의 감정선을 견인했다. 드라마가 웰메이드로 호평받은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지난달 30일 발매된 ‘김 부장 이야기’ 컴필레이션 앨범에는 가창곡 3곡과 40개의 스코어가 담겼다. 실제 방송에 사용된 짧은 스코어까지 합하면 정재형의 작업곡은 총 249곡. 이는 한 작품에 쏟아부은 그의 집념과 헌신을 그대로 말해준다.
정재형은 인물 중심의 음악을 선택했다. 김낙수(류승룡)의 감정 변화, 불안정한 청춘 김수겸(차강윤), 자신만의 도전을 시작하는 박하진(명세빈) 등 캐릭터별 정서를 음악으로 풀어냈다. 하나의 테마를 상황에 따라 변주하며 감정의 깊이와 드라마의 몰입도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가창곡 라인업 역시 화려했다. 이적의 ‘혼자였다’는 삶의 방황과 외로움을 담아 극 초반 서사를 관통했고, 권진아의 ‘나의 소년’은 어른이 되어버린 시간 속 잃어버린 감정을 되짚었다. WOODZ(우즈)의 ‘행진곡’은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는 위로의 메시지로 극의 정서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정재형은 음악 제작 과정에서 “사건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작업”을 원칙으로 삼았다. 오케스트라 중심의 정교한 배경음악은 캐릭터의 감정선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작품의 서사를 강화했다.
특히 그는 20년 지기 이적과의 첫 OST 협업을 “기적 같은 순간”으로 기억했다. 짧은 설명에도 이적이 직접 써온 가사가 “드라마를 그대로 관통해 있었다”며 녹음실에서 감독과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고 회상했다.
정재형은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을 통해 OST 제작기를 공개하며 음악감독의 치열한 작업 과정을 보여줬다. 해당 영상은 57만 뷰를 넘기며 OST에 대한 관심을 증명했다.
그는 “올 한 해를 정말 다 바쳤다. 고통과 행복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며 “음악감독이라는 자리의 책임감을 함께 나눠준 음악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재형은 JTBC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 이어 ‘김 부장 이야기’까지 연달아 완성도 높은 음악을 선보이며 클래식부터 대중음악, 영화·전시 음악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섬세한 음악 세계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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