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노설 실체 규명… ‘구속 10전9패’는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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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노설 실체 규명… ‘구속 10전9패’는 오명
수사 종료 해병특검 성과·한계 ‘외압 정점’ 尹 등 33명 기소 구속영장 10건 중 1건만 발부 구명로비 의혹 규명도 실패 특검 “실체적 진실 밝혀” 자평 법정서 혐의 입증 난항 관측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한 채해병 특별검사팀(특검 이명현)이 15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공소유지 체제에 돌입했다. 특검팀은 그간 피의자 33명을 재판에 넘기는 성과를 거뒀지만, 수사 과정에서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으로 수사력 논란을 빚었다.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재판 단계에서 유죄 판결을 이끌어 내는 게 새로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28일 수사를 마무리한 채해병 특검팀은 최대 131명이던 수사인력 중 30∼40명만 남겨 재판에 넘긴 사건들의 공소유지에 주력할 계획이다. 정민영 특검보를 제외한 3명(류관석·이금규·김숙정)의 특검보도 특검팀에 남는다. 지난 7월2일 수사를 개시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해온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가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 중 가장 먼저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명현 특검은 최종 브리핑에서 “우리 특검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해병의 죽음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수사에 권력 윗선의 압력이 어떻게 가해졌는지 밝히기 위해 출범했다”며 “구성원 모두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했고, 주요 수사 대상 사건 대부분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했다”고 자평했다. 특검팀은 그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 주요 수사 대상에 대한 압수수색을 185회 실시했고, 피의자·참고인 약 300여명을 조사했다. 휴대전화, PC 등 디지털 장비 포렌식은 430건 이상 실시했다.

수사 결과 피의자 33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의 ‘1호 기소’는 채 상병이 속해있던 해병대 1사단의 최고지휘관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경북 예천군 수해현장을 지휘했던 해병대 관계자 4명이었다.

특검팀은 ‘정점’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한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 13명을 기소했다. 2023년 8월 관련 의혹이 불거진 지 2년 만에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긴 것이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 도피 의혹과 관련해선 핵심 피의자 6명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의혹에 대해선 오동운 처장을 비롯한 공수처 간부 5명을 각각 기소했다. 윤 전 대통령은 수사외압 의혹과 이 전 장관 호주 도피 의혹으로 2차례 기소됐다.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9명에 대해 10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 중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만 발부돼 ‘10전9패’의 오명을 썼다. 법원은 특검팀이 이 전 장관 등 수사외압 피의자 5명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소명되나 주요 혐의와 관련해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수사의 중간평가로 여겨지는 구속영장이 번번이 기각된 만큼 추후 특검팀이 법정에서 피고인들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핵심 수사 대상 중 하나였던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 규명에 실패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에게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따로 전담팀까지 두고 수사했지만 입건조차 하지 못했는데, “(재판의) 증인신문을 통해 수사 외압의 동기와 배경이 규명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특검팀이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사건들 수사는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이어받는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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