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토이 뽑기 좋아하시나요? 우리나라에도 요즘 이 캡슐토이 뽑는 '가챠샵'이 많이 등장하고 있죠. 취향도 갈리는데요. 귀여운 캐릭터만 모으는 사람부터 '이걸 돈 주고 뽑는다고?'라는 생각이 드는 특이한 뽑기만 하는 사람들도 있죠.
캡슐토이의 발원지 일본에서도 독특한 캡슐토이 뽑기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전혀 모르는 사람의 증명사진' 뽑기인데요. 실존하는 일반인의 증명사진을 뽑아 핸드폰 케이스 뒤에 넣고 다니는 것이 10·20대 사이 새로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주 아사히신문도 이 열풍에 주목했는데요. 오늘은 '모르는 사람의 증명사진 뽑기'의 인기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원래 이 캡슐토이 기계는 2022년부터 캡슐토이 가게를 중심으로 조금씩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처음 고안한 사람은 작가, 영화감독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테라이 히로키씨입니다. 원래 캡슐토이 기계 자체를 상품화할 생각은 없었다는데요.
테라이씨는 일본 최초의 요리만화 '요리사 아지헤이'를 그린 만화가 빅죠씨와 친분이 있다고 해요. 빅죠씨의 집을 방문했는데 우연히 그의 증명사진을 한 장 받았다는데요. 어디다 쓸까 하다가 문득 캡슐토이 케이스에 넣어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겁니다. '이런 사진이 무작위로 나온다면 재밌을 것 같다'며 캡슐토이에 넣어 뽑기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는데요. 주변 지인들 10명 정도에 연락해 증명사진을 달라고 하니 모두 흔쾌히 줬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것을 본인 영화의 소재로 씁니다. 테라이씨는 우리나라에선 '어 라이프워크 오렌지'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산책하는 켄짱'이라는 영화를 제작하는데요. 주인공 켄짱이 증명사진 가게에서 촬영한 사진을 마음대로 뽑기에 넣어 팔기 시작한다는 설정으로 영화를 만듭니다. 영화 개봉과 더불어 이벤트 개념으로 촬영장에 이 기계를 그대로 뒀었다고 해요. 그런데 꽤 주목받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상품화에 들어갑니다.
2022년 3월 도쿄 카구라자카 인근 캡슐토이 가게에서 처음 기계를 갖다 놓고 판매를 시작했는데, 시작하자마자 SNS 인기 검색어에 올랐었다고 해요. 테라이씨도 이것이 인기를 얻게 되면서 독특한 증명사진 캡슐토이를 판매하는 회사 '키진 클럽(기인 클럽)'을 차리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는데요. 2023년 정식발매 이후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현재는 전국 200곳에서 이 뽑기를 할 수 있다고 해요. 지금은 한 달에 4만개의 증명사진 캡슐토이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라고 합니다.
현재 500명 정도의 증명사진이 유통 중인데, 90%는 테라이씨 지인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자기 증명사진 내고 싶은 사람의 신청도 받고 있다고 해요. 직접 자신의 증명사진을 응모하면 회사에서 본인 확인을 거쳐 증명사진을 인화해 캡슐토이에 넣어 유통한다고 합니다. 다만 자신의 사진을 직접 제출할 정도로 '인싸'인 사람은 사진에도 에너지가 느껴져서 소비자들에겐 별로 인기가 없다고 하네요.
시리즈도 많이 생겨서 '모르는 아기 증명사진', '모르는 골든 리트리버 증명사진', '모르는 치와와 증명사진', '모르는 고양이 증명사진' 등 다양한 버전이 출시됐다고 해요. 심지어 '모르는 사람의 이력서', '모르는 사람의 졸업사진'도 등장했습니다. 험악한 인상의 증명사진만 모아서 '지명수배범처럼 생긴 사람의 사진'도 출시했는데, 이것도 꽤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케이스 뒤에 이 증명사진들을 넣어 다니는 것이 젊은이들 사이 유행이라고 하는데요. 이들이 주로 선호하는 사진은 '뭔가 슬퍼 보이거나 비장한 표정의 아저씨 사진'이라고 합니다.
인기 있는 사진은 중고거래사이트에서 4만엔(37만5000원)에도 판매된 적이 있고, 금방 매진된다고 해요. 현재 제일 인기가 있는 사진은 도쿄 이이다바시구에 있는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이란인 만수르 점장이라고 합니다. 우리 돈으로 28만9354원에 판매 중이네요. TV에도 종종 '만수 씨'로 등장하는 분인데 증명사진을 뽑기로 가져갈 수 있다고 인기가 많은 듯합니다.

테라이씨는 이 전혀 모르는 사람의 증명사진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되길 바라고 있다고 해요. 스마트폰 뒷면을 보고 "그 사람은 누구냐", "그 강아지는 본인이 기르는 강아지냐"라고 말하면서 대화를 시작하고, "누구 강아지인지 모르겠지만 귀엽죠?"라고 받아치는 독특한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되길 바라고 있다고 합니다.
테라이씨는 증명사진 1000명분이 모이면 화보집을 내고 싶다고 합니다. 또 캡슐 토이 기계로 상대를 뽑아 맞선을 보는 이벤트도 하고 싶다는데요. 앞으로도 캡슐 토이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기획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창업자도 독특한 사람인 것 같네요.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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