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새는 어쩌다 보니 ‘패닉 바이’처럼 됐지만, 실상은 아니다? 프로야구 KT가 ‘타격 기계’ 김현수를 FA 시장에서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KT는 25일 “외야수 김현수(37)와 3년 50억원(계약금 30억원, 연봉 총액 2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김현수 영입전’은 치열했다. 원 소속팀 LG로선 2025 한국시리즈 MVP를 잔류시키고 싶어했다. 이제 곧 마흔을 앞두고 있지만, 한국시리즈 MVP를 통해 여전한 생산력과 기량을 자랑한 김현수를 두고 두산과 KT도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지방 연고의 한 구단도 뛰어들었다. KT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도 있었지만, 김현수의 선택은 3년 50억원 풀 보장의 KT였다.
다만 모양새가 좋지 못했다. KT는 이번 FA 시장 최대어 ‘빅2’ 중 하나였던 자체생산 거포인 강백호(4년 총액 100억원)를 한화에 빼앗겼다. 게다가 영입전에 뛰어들었던 빅2 중 하나인 유격수 박찬호(4년 총액 80억원)를 두산에 빼앗겼고, 현역 최고 중견수비를 자랑하는 박해민에게도 원 소속팀인 LG가 제시한 조건보다 더 큰 금액을 제시했지만, 박해민은 LG 잔류를 택했다. 이런 소식들이 다 지나간 뒤에야 김현수의 계약 소식이 25일 들려왔으니 누가 봐도 모양새는 ‘패닉 바이’였다.
다만 KT 구단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패닉 바이가 결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FA 시장 개장 초기에 김현수 측 에이전트와 꾸준히 소통하며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고, 금액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 조건을 제시했다. 우리에겐 김현수가 영입대상 1순위였다”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김현수의 FA 계약 소식이 늦게 들려온 건 김현수가 LG와 잘 마무리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옵션 없이 50억원 풀 보장해준 건 그만큼 KT가 향후 2~3년은 김현수가 에이징 커브없이 지금의 기량을 유지해줄 것이란 믿음이다. KT 관계자는 “김현수의 기량도 기량이지만, 덕아웃 보컬 리더 역할, 팀 내 어린 선수들에게 솔선수범해줄 수 있는 베테랑으로서의 가치 등등이 반영된 계약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10회말 1사 만루 LG 천성호가 끝내기 안타를 친 뒤 김현수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4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9회초 2사 2,3루에서 LG 김현수가 역전 2타점 안타를 치며 포효하고 있다. 뉴스1 신일고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받을 정도로 타격 재능은 보유했지만, 프로 구단으로부터 지명을 받는 데 실패했던 김현수는 2006년 두산에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2007년부터 준주전 자리에 올라선 김현수는 2008년 풀타임 첫해에 0.357라는 고타율로 타격왕에 오르며 단숨에 리그 최고 수준 타자 반열에 올랐다. 2016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하며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해낸 김현수는 2018년 4년 115억원의 조건에 두산의 ‘한 지붕 라이벌’ LG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2022시즌을 앞두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김현수는 LG와 4+2년 최대 115억원에 계약한 김현수는 +2에 해당하는 옵션을 채우지 못해 세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2025 한국시리즈에서 MVP를 수상하며 다시금 시장의 관심을 받으며 몸값이 한껏 치솟았고, 김현수는 KT가 제시한 3년 50억원 전액 보장의 조건으로 KT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세 번의 FA 계약으로 국내에서만 255억원을 받게 된 김현수다. KBO리그에서 FA와 비FA 다년 계약으로 250억원 이상을 보장받은 선수는 302억원의 최정(SSG 랜더스), 277억원의 양의지(두산), 257억원의 김광현(SSG)에 이어 김현수가 네 번째다.
김현수가 그간 KBO리그에서 이뤄낸 업적은 눈이 부시다. 김현수의 KBO리그 통산 성적은 2221경기, 타율 0.312(8110타수 2532안타), 261홈런, 1522타점, 1256득점이다. 올해 한국시리즈(KS)에서는 17타수 9안타(타율 0.529), 1홈런, 5볼넷, 8타점을 올려 처음으로 KS MVP를 차지했다.
김현수는 “내 가치를 인정해준 KT에 감사하다. 협상이 길어져서 LG와 KT에 죄송하다”며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겠다. 정말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LG팬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