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지주의 사업다각화가 회사의 수익 안정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금융시스템 강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금융당국이 은행지주의 사업다각화 전략을 꾸준히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업다각화 수준이 높을수록 수익 변동성 감소
24일 한국금융연구원의 '국내 은행지주의 사업다각화가 수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이후 진행된 은행지주의 사업다각화는 부정적 영향보다 긍정적 효과가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기존 연구의 방법론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거시경제 요인과 은행 내부 특성을 동시에 통제하는 4가지 차별적 접근법을 채택했다. 4가지는 사업다각화 수준과 수익 안정성 간의 직접적 관계, 거시경제 변수 조절 효과, 내부건전성 지표 매개효과,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 효과 등이다. 분석 기간과 대상은 2012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주요 은행지주회사 8개사다.
우선 사업다각화와 수익 안정성 간의 관계를 비교한 결과 모든 추정 방법에서 계수가 음(-)의 값을 나타냈다. 이는 은행지주의 사업다각화 수준이 높을수록 수익의 변동성이 감소한다는 통계적 유의성이 나타난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다각화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의 위험이 분산되고 경기 민감도가 다른 사업 간 상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론이 실증적으로 입증됐다.
두 번째로 조사된 기준금리와 경제성장률, 소비자물가상승률 등 거시경제적 환경의 조절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거시경제 여건 변화와 은행 사업다각화 및 수익 안정성 간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다는 의미다. 사업다각화의 효과가 거시경제 환경에 따라 유의미하게 달라지지는 않으며 다각화의 수익 안정성 제고 효과가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비교적 견고하게 유지됨을 시사했다.
세 번째 은행지주의 내부 건전성은 사업다각화의 수익 안정성 효과에 일부 조절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은 경우, 사업다각화는 은행 수익 변동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해 방어적 기능을 수행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반면 대손충당금비율이 높은 경우에는 다각화 효과가 오히려 수익 변동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이는 손실흡수를 위한 대비가 충분히 이뤄진 상황에서도 다각화가 고위험 부문으로의 확장을 동반할 경우 안정성 확보 효과가 제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에 따른 차별적 효과도 일부 확인됐다. 여신 부문과 투자 부문의 자산 비중은 수익 변동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의하게 작용해 해당 부문이 클수록 전반적인 수익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거시경제 환경보다는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이 수익 안정성에 영향 미쳐
모든 분석 결과를 종합할 때 은행지주 사업다각화의 수익 안정성 제고 효과는 거시경제 환경보다는 은행의 내부 특성과 사업 포트폴리오의 구성에 따라 달라지는 조건부적 성격을 지녔다. 이는 사업다각화 전략의 성과가 단순한 다각화 수준에만 의존하지 않으며 자산 건전성, 손실흡수력, 개별 사업 부문의 특성 등 다양한 요인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대기·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은행지주의 다각화 전략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수립되고 감독당국의 정책과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은행지주사의 적절한 다각화 전략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은행 내부 건전성 지표가 양호하지 않거나 특정 사업 부문에 과도하게 집중된 포트폴리오 구조에서는 다각화의 안정성 제고 효과가 제한되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다각화 추진과 함께 은행지주 내부 역량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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