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알쓸신잡]‘쪼개기 상장’ 시도 멈출까…상법개정 후 변화는

글자 크기
[M&A알쓸신잡]‘쪼개기 상장’ 시도 멈출까…상법개정 후 변화는
"물적 분할이라느니, 인수·합병(M&A)이니 이런 것을 해 가지고 내가 가진 주식이 분명히 알맹이 통통한 우량주였는데 갑자기 껍데기가 된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취임 일주일 만에 첫 외부일정으로 한국거래소를 찾아 한 말입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지금은 우량주 장기 투자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주변에다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라는 말을 차마 못 하겠더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한국 주식시장은 숨가쁘게 달려왔습니다. 유동성 공급과 함께 상법 개정 등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 개선 노력이 병행되면서 코스피는 사상 첫 4200선을 돌파하기도 했죠. 하지만 중복상장, 이른바 '쪼개기 상장' 논란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특히 LS 그룹이 최근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을 강행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습니다.

한국 중복상장 비율 18%…미국의 360배

중복상장이란 기존 상장사에서 수익성이 좋은 '알짜' 사업부를 분할해 상장하거나, 연결돼 있던 비상장 자회사를 상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통상 모회사만 상장돼 있을 때는 자회사 가치까지 주가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자회사가 별도로 상장하면 모회사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초 기준 한국 증시의 중복상장 비율은 약 18%로, 미국(0.05%)의 360배에 달합니다. 일본 4.02%, 중국 2.42%, 대만 2.71%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인데요.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선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일부 기업들에 대해서만 중복상장이 존재할 정도로 예외적인 일"이라며 "한국은 모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연쇄 구조까지 고려하면 실제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최근 상법 개정 흐름이 이어지면서, 중복상장 시도는 한풀 꺾인 모양새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올해 두 차례의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회사→회사 및 주주), 집중투표제 도입 등 변화를 이끌어냈는데요. 이후 일부 기업들이 소액주주 반발에 부딪혀 기업 분할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파마리서치는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을 철회했고, 하나마이크론과 빙그레도 같은 이유로 분할 계획을 접었습니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사의 충실의무가 개정됨에 따라 일반주주와 지배주주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지배주주 중심의 일방적인 의사 결정이 변화할 것"이라며 "회사 분할, 자사주 활용 거래, M&A, 회사 자산 양수도 등에서 주주들의 견제가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으로 과거와 같은 방식의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이러한 분할 방식은 대주주가 현물출자를 통해 지주회사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모자회사 동시상장 구조를 고착화해 기업가치 할인을 야기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사 충실의무 확대로 중복상장 관련 주주들 견제 강화될 것"

실제로 중복상장을 해소한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상승했습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 메리츠금융·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의 통합,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 등이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앞서 분할 발표 직후 하나마이크론(-13.8%)과 파마리서치(-17.1%) 주가가 급락했지만, 관련 계획을 철회한 후에는 각각 13.2%, 13.7% 급등했죠.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의 자회사 분할 시도는 더 큰 비판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LS 그룹이 최근 계열사 에식스솔루션즈의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것이 대표적인데요. 에식스솔루션즈는 변압기용 특수 권선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자회사로, 최근 4년간 북미와 유럽에서 각각 11%와 8%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엔 약 1억2900만달러(약 19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죠.

이는 지난 7월 국회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한 뒤 첫 대기업발 중복상장 시도입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자회사 중복상장 논란과 관련해 "문제라고 생각하면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죠. 소액주주 측은 "현 정부의 기업 밸류업 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위"라며 "주주들의 단호한 반대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한국거래소 탄원서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LS 측은 에식스솔루션즈가 대규모 설비투자(CAPEX) 자금을 독자적으로 조달하고, 이를 통해 창출된 이익이 연결 실적에 기여할 수 있어 상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한국거래소는 내년 2월10일까지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예비심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중복상장 논란으로 보다 까다로운 심사가 진행될 전망입니다.

자사주 신주배정 금지…인적분할도 '진화'

투자자들은 인적분할과 관련한 '신주배정 금지' 제도의 긍정적인 효과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상장회사가 인적분할 할 때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배정이 금지됐는데요. 이로써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막고 일반 주주 보호가 강화됐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좋은 예입니다. CDMO(위탁개발생산)·신약개발 사업을 분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로 인적분할하면서도, 자사주 신주배정 없이 각 사업의 고유 가치를 명확히 할 수 있었죠. 나정환 연구원은 "자기주식을 통한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제한하고 본래의 주주환원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나정환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가장 이상적인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회복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 특히 기업들의 자발적인 합병을 통한 중복상장 제거가 필요하다"며 "최근 투자자들의 중복상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중복상장 해소 관련 이벤트는 긍정적인 주가 흐름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중복상장은 기업 개별 이슈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와 직결된 만큼, 기업과 시장 모두의 선택이 향후 밸류업의 방향을 가를 전망입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십자말풀이 풀고, 시사경제 마스터 도전! ▶ 속보·시세 한눈에, 실시간 투자 인사이트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