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미세먼지로 창문조차 열기 어려운 날이 많아 실외 체육 수업은 거의 진행되지 못했다. 뉴스에서는 감염병 증가, 가뭄과 홍수 피해가 연일 보도된다. 기후위기를 만든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지만, 앞으로 살아갈 시간은 우리 청소년이 훨씬 길기에 더욱 불공평하게 느껴진다.
이소향 서울여중 2학년 굿네이버스 NGO 활동가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이라는 네 가지 기본 권리를 강조한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이 모든 권리를 위협하고 있다. 폭염과 폭우 같은 기후재난은 건강하게 살아갈 생존권과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기상 이변으로 학교가 쉬는 날이 많아지면 배우고 성장할 권리인 발달권도 지켜지기 어렵다. 무엇보다 관련 정책을 만들 때 청소년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참여권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낀다. 굿네이버스 청소년 NGO 활동가로서 필자는 서울과 부산에서 기후위기 캠페인과 플라스틱 협약 촉구를 위한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올해 9월에는 ‘기후위기와 청소년의 권리’를 주제로 피켓을 들고 굿네이버스 레이스에도 참여했다. 청소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고, 우리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기후위기와 아동의 4대 권리’를 주제로 기후 담화를 발표했다. 우리는 환경오염, 기후재난, 식량 및 물 부족 등의 문제로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특히 더 취약한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기후재난 속에서 아동 권리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후위기로 인해 학습권이 침해되는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아동·청소년뿐 아니라 전 세대가 기후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전 생애에 걸친 기후교육이 필요하다는 점도 제안했다. 무엇보다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서 청소년의 의견이 배제되지 않도록 직접 참여할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모았다.
기후위기 대응과 청소년 권리 보호는 모두의 책임이다. 정부와 국제사회는 말뿐인 약속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기업은 환경을 고려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우리 청소년 역시 피해자에 머물지 않고 직접 행동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후위기는 청소년의 일상과 미래를 흔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목소리를 내고 참여한다면 세상은 분명 바뀔 수 있다. 필자는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행동할 것이다. 작은 행동이라도 용기를 내는 사람, 그 용기를 북돋워 주는 어른이 많아진다면 변화는 반드시 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또래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기후위기가 크고 멀게만 느껴진다면, 아주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작은 실천이 모이면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 11월 20일, 아동권리협약의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의 세상, 우리 스스로 지킬 수 있다’고 다짐한다.
이소향 서울여중 2학년 굿네이버스 NGO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