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10년 장투' 끝에 반토막…이노션 2대주주 '눈물의 손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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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Next]'10년 장투' 끝에 반토막…이노션 2대주주 '눈물의 손절', 왜?

현대차그룹의 광고 계열사 이노션 2대주주가 올 들어 잇따라 지분 매각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노션이 2015년 국내 주식시장 상정 전부터 장기투자를 이어갔는데, 이 기간 주식가격이 내리막을 걸으면서 투자금은 반토막이 났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으로 광고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경쟁사인 제일기획은 글로벌 광고 시장 위축 우려 속에서 실적 방어에 성공하며 연초 이후 기업가치가 최고 수준까지 고공행진한 것과 대조적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노션의 2대주주 '엔에이치피이에이 포 하이라이트 홀딩스(NHPEA IV Highlight Holdings AB)'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6차례 시간외 매매(블록딜) 방식을 활용해 지분을 처분했다. 매각가는 1만7000원 수준으로, 지난 7월 한차례 1만9758원에 42만주를 처분했다. 이로써 NHPEA IV는 보유주식은 500만주로 축소됐고, 지분율은 18%에서 12.5%로 낮아졌다.

기업가치 하락… 2000억 투자금 반토막

NHPEA IV는 홍콩에 본부를 둔 모건스탠리PE 아시아가 세제 효율화를 위해 스웨덴에 등록한 특수목적법인(SPC)다. 모건PE는 이노션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할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보유한 이노션 지분 20%를 2000억원을 들여 사들였다. 현대차가 해외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상장 전 이노션은 정의선 회장(40%)과 큰누나인 정성이 고문(40%), 정몽구 명예 회장(20%)이 지분을 보유,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사정권에 포함돼 오너가의 지분 매각이 필수적이었다.


이노션은 공모가 6만8000원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는데, 모건스탠리PE는 구주매출대신 지분 보유를 선택했다.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신주발행으로 지분율이 희석돼 모건스탠리PE의 지분율은 18%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 펀드는 이노션의 주가가 10년째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 이노션 주가는 상장 이듬해 8만원을 돌파한 뒤 뒷걸음질해 2021년부터 가파른 하락세다. 올들어 4월에는 역사상 최저점인 1만6290원까지 떨어졌다. 모건스탠리PE가 올해 지분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38억원 가량이다. 남은 지분 가치는 전날 종가(1만7650원) 기준 882억원 가량이다. 2023년 한차례 무상증자로 추가 주식을 받은 것을 감안해도 초기 투자액(2000억원)에서 한참 미치지 못한다.


배당주 매력 있지만…AI 등장 광고대행사 '흔들'

다만 모건스탠리PE는 그동안 이노션에서 배당을 통해 500억원 이상을 챙겼다. 이노션은 현대차그룹 오너가 3세인 정성이 고문이 최대주주인 만큼 배당주로 꼽힌다. 실제 이노션은 상장 이후 매년 배당을 실시했고, 규모도 늘려왔다. 그 결과 정 고문은 지난해 18억원(0급여 12억여원, 상여금 6억원 등)을 보수로 받았는데, 배당금은 4.6배나 많은 83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이노션의 배당성향은 46.9%다.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의 절반 가량을 배당으로 지급했다는 이야기다. 주가 하락으로 현금배당 수익률은 6.4%까지 치솟았다.


모건스탠리PE가 이같은 배당 매력에도 지분 손절(손실 매도)에 나선 것은 생성형 AI 등장으로 광고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AI 기반의 광고 제작 도구가 개발되면서 전통적 광고대행사들의 역할이 줄어 수익구조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노션의 실적에도 이같은 우려는 드러났다. 최근 공개한 이노션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이 회사 매출은 491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 줄었다. 이 기간 제작비를 제외한 매출총이익은 4.4% 늘어난 2483억원이었는데, 본사의 핵심 캐쉬카운인 매체대행 서비스는 172억원에서 158억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해외매체대행은 17억원에서 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매체대행 서비스는 광고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매체의 효과를 분석한 후 최적의 매체를 선정해 광고를 집행하는데 이노션은 2021년 본사 매출총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등장한 2023년부터 매출이 줄면서 비중도 올해 3분기 35% 수준까지 축소됐다.


제일기획, 호실적…기업가치도 고공행진

이는 경쟁사인 제일기획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과 비교된다. 삼성그룹의 광고 계열사인 제일기획은 올해 3분기 매출액이 전녀대비 10.85% 증가한 1조1889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매출총이익은 7% 늘어난 4574억원이었는다. 본사 매출총이익은 1010억원으로, 비계열 대형 광고주 물량이 감소했지만 닷컴과 리테일 중심으로 실적을 방어했다고 이 회사는 밝혔다. 실제 제일기획은 닷컴과 커머스로 광고대행 영역을 확대하면서 디지털 비중은 전년대비 5% 증가한 54%였다. 이같은 호실적을 토대로 제일기획은 올 들어 주가가 22% 뛰었다.



향후 이노션의 주가 전망도 밝지 않다. 모건스탠리PE가 모든 지분을 매각해야 할 경우 오버행 압박은 더 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도 오버행 이슈와 관련해 주가 불확실성이 있어 방향성을 지켜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주 성장 둔화로 인해 올해 매출총이익 신장률은 최근 5년 평균 13% 대비 낮은 6%를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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