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들의 해외 주식 매수 대기 자금 격인 증권사 외화예수금이 11조원을 돌파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와 함께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수수료도 연간 2조원대로 올라섰다.
4일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가 예치한 외화예수금은 지난 2분기 말 기준 11조4229억원으로 집계됐다.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거래대금은 지난 4분기를 정점으로 감소세지만 대기성 자금인 외화예수금은 인출되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떠나지 않고 매수 기회를 여전히 노리고 있는 모습이다.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수수료수익 중 해외주식 수수료수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연속 5000억원을 넘겼다.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 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 5곳의 전체 브로커리지 수수료 중 해외 수수료 비중은 40.2%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해외 수수료 수익 규모도 급증했다. 지난해 1조4600억원 규모였지만 올해는 연간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주식 거래대금 1위는 키움증권이었다. 1분기에만 116조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어 2위는 토스증권으로 90조원 규모다. 지난해 4분기 113조원으로 처음 1위를 달성했으나 키움증권이 재탈환했다. 메리츠증권은 거래, 환전 수수료 모두 무료인 '수퍼 365계좌' 출시 영향으로 거래 대금이 지난해 4분기 6조9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31조80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수수료 수익 기준으로는 미래에셋증권이 꾸준히 선두를 유지했다. 오프라인 영업점을 가진 대형사가 유리했기 때문이다. 다만 영업점이 없는 토스증권이 수수료 수익 면에서도 이례적으로 2위를 유지했다. 국내 증권사 해외 주식 평균 수수료율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6.4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였다.
증권사들은 풍부한 예탁금을 기반으로 일반 외화환전 업무에 진출하고 있다. 2023년 기획재정부는 외국환거래규정을 개정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라이선스 보유 증권사에 개인과 법인 대상 일반 환전 업무를 허용했다. 현재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5곳이 인가를 취득했다. 키움증권은 최초로 외화예탁금을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는 개인 환전 서비스도 내놨다.
증권사가 외화환전업무를 취급하면서 트래블카드, 해외송금 등 서비스영역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9년 하루 평균 1700억원에 불과했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지난 7월 기준 3조6000억원가량으로 20배 이상 성장했다"며 "거래 수수료뿐만 아니라 환전 수수료까지 증권사의 안정적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