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주택 공급 확대에 나선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업무 과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LH의 역할 확대가 자명한 가운데, 인력은 4년간 800명 넘게 줄면서 업무 과부하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알리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LH 임직원은 901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4년간 총 811명이 줄어든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2020년 기준 9683명에 달했던 임직원 수는 2021년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건'을 계기로 확 축소됐다.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혁신안을 내세워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2023년에는 아파트 철근 누락사태에 따른 인력 이탈 등으로 다시 인원이 크게 줄었다. 지난 7월 공공기관 수시증원 요청에 따라 정원을 45명 늘리기로 하면서 9000명대(올해 2분기)를 겨우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반면 업무량은 확 늘었다. LH는 지난해부터 2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10만가구 이상의 신축매입임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올해 매입 목표치는 약 5만 가구다. 지난해 LH가 매입한 가구 수는 3만8531가구로, 올해는 이보다 약 1만2000가구를 더 매입해야 한다. 신축매입약정제도는 LH가 민간에서 건축할 예정인 주택을 사전에 사겠다고 약속하고 준공 이후 매입하는 사업이다.
목표치가 높아지면서 신청 접수 물량은 대폭 늘었다. 지난해는 한 해 동안 총 24만5000가구가 매입을 신청했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약 19만건의 신청이 몰렸다. 이 중 실제 약정을 체결한 가구 수는 1만7290가구 정도다.
LH에서는 막대한 신청 물량 중 실제 매입할 가구 수를 추리고 약정하는 일을 한다. 이 업무에 매달리는 직원은 전국 기준 270여명이다. 1명당 700가구에 대한 현장 실태조사, 가격평가, 후보군 선정 등의 업무를 맡아야 한다. 국토부가 신축매입임대 공급 속도를 높이고자 당초 7개월이던 약정 체결 기간을 2개월 정도 단축하면서 업무 강도가 가중됐다.
1인당 업무 사업비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통상 한 사람이 맡은 사업비 규모가 커지면 일의 양이나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기준 1인당 사업비 규모는 약 33억7500만원으로, 전년(20억7500만원) 대비 63%가 늘었다. 이는 사회간접자본(SOC) 공공기관 인당 평균 사업비 11억원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LH는 올해 공공주택 6만가구 착공, 공공주택 10만가구 사업 승인 등도 추진해야 한다. 신축매입임대 5만가구와 전세임대 3만6000가구 등 총 9만가구와 사업승인 10만가구를 합치면 올해 공급해야 하는 공공주택 물량만 약 19만가구에 이른다. 이 밖에도 3조2000억원 규모 3기 신도시 부지조성공사 착공과 전세 사기 피해 지원 등 LH 앞에 놓인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전문가는 공공주도 주택 공급에 방점을 둔 정부 정책 기조에 걸맞춰 인력 증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진형 광운대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LH에 도맡고 있는 공공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인력확보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 방침에 따라)사업구조가 변화하면 이에 따른 인력 수요를 예측해 적정 수준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