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건설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현장 안전 문제와 업계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했다. 애초 60분으로 예정됐던 회의는 90분으로 늘어나며 단순한 상견례 성격 이상의 논의로 이어졌다. 장관과 업계 모두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지만, 구체적 지원책은 추후 논의로 남았다. 곧 발표될 공급대책을 앞두고 지방 다주택자 규제 완화 필요성까지 거론되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김 장관은 1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국토발전전시관에서 한승구 대한건설협회장과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CEO들을 초청해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등 주요 건설사 사장들이 자리했다. 국토부에서도 김헌정 주택정책관, 남영우 건설정책국장 등 주요 간부들이 배석했다. 회의장에 직접 들어가진 않았지만,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도 현장에서 나온 얘기를 꼼꼼히 체크했다.
회의 직후 한승구 협회장은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공사비·공기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업계가 설명했고, 정부와 국회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 "실제로 업계는 안전관리 강화에 필요한 추가 인력·비용 문제, 공기 단축 압박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건의사항으로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의견도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관과 업계의 첫 자리인 만큼 별다른 애로사항 전달 없이 무난히 지나갈 것이라는 예상을 깬 것이다. 지방 주택시장은 거래 위축과 미분양 장기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다주택자 규제가 지방 투자 수요를 차단해 시장을 더 얼어붙게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는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기조와 맞물려 향후 정책 협의 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조만간 공급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다. 김 장관은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 "늦어도 9월 초에는 부동산 공급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번 간담회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공감대 형성이 논의의 중심이었던 만큼, 다주택자 규제에 대한 해법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김 장관은 간담회 후 취재진 앞에서 간단히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CEO들도 별도의 발언 없이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번 간담회는 장관 취임 후 민간 업계와 가진 첫 교류의 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형식적 상견례를 넘어 장관이 안전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며 "특히 소통에 진심을 보인 점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평가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9일에도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토안전관리원 등 공공기관과 세종청사에서 안전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