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역에는 80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지만 거의 매일 만차다. 기차 출발 시간에 맞춰 도착하면 주차장 진입로에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 때문에 열차를 놓치기 십상이다. 역 인근에 마련된 600여대 규모의 노상 주차장마저 출입구를 막은 출입금지 테이프만 펄럭이고 있다. 애초 이곳은 복합환승센터 건립 과정에서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하려고 조성된 공간이다. 그러나 정작 본 사업은 진척이 없고 주차장만 방치돼 있다.
이보람 사회2부 기자 울산역 복합환승센터는 2027년까지 2800억원을 들여 7만5000㎡ 부지에 환승시설과 쇼핑몰 등을 조성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시행 주체는 롯데쇼핑이 출자한 롯데울산개발. 문제는 현재 공정률이 고작 10%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임시 주차장만 만들어 놓고 본 공사는 시작조차 못한 채 10년 넘게 계획만 바뀌고 있다. 유통업계 불황 속에서 롯데가 사업 의지를 상실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울산시도 롯데의 소극적 태도에 사업 포기 절차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울산역 주변은 또 다른 불편으로 이용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약 100m 간격마다 설치된 주차단속 카메라 때문이다. 잠깐의 정차조차 허용되지 않는 탓에 승·하차조차 ‘눈치게임’이 되기 일쑤다. 울산역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 시민은 “거래처 직원이 울산역에 왔다가 단속카메라의 촘촘한 숫자에 놀랐다”고 했다. ‘안전’이 아닌 ‘압박’으로 다가오는 단속은 오히려 도시의 이미지를 갉아먹는다.
KTX울산역이 개통한 지 15년. 그러나 역세권 개발은 지연되고 주차난과 과잉 단속은 개선되지 않았다. 시의회조차 “관문 도시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역세권 관리 실패가 결국 도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우려한다. 울산은 산업수도의 위상을 지키려 하지만 정작 관문 역할을 해야 할 울산역은 닫혀 있는 모양새다. 시민과 방문객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공간이 불편과 혼란의 현장이 된다면 ‘울산의 얼굴’은 더 이상 자랑거리가 될 수 없다. 이제 울산시는 책임 회피가 아닌 실질적 대책으로, 롯데는 대기업으로서 신뢰 회복으로 답해야 할 시점이다.
이보람 사회2부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