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번의 추억 스틸컷. SLL 제공 양희승 작가가 ‘백번의 추억’(JTBC) 제작 배경과 관전 포인트 등 비하인드를 전했다. 백번의 추억은 1980년대 100번 버스 안내양 영례(김다미), 종희(신예은)의 빛나는 우정, 그리고 두 친구의 운명적 남자 재필(허남준)을 둘러싼 애틋한 첫사랑을 그린 뉴트로 청춘 멜로 드라마다.
1일 양 작가는 작품에 대해 “80년대 안내양이라는 지금은 낯설 수도 있는 직업을 가진 20대 소녀들이 K-장녀로서의 고된 일과를 해 나가면서도 꿈을 키워 나가고 값진 우정을 나누며 첫사랑의 설렘을 통해 아파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 뉴트로 청춘 멜로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제목에 담긴 백번(100번)은 작가가 실제 초등학교 시절 타고 다닌 버스 번호다. 양 작가는 “그때 안내양 언니들과의 친분과 추억이 모티브가 됐기 때문에 100번 버스를 꼭 등장시키고 싶었다. 또한 영례, 종희, 재필이 나눈 청춘의 추억들을 백번이라는 상징으로 나타내고 싶어 중의적으로 백번의 추억이라는 제목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8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버스 안내양이라는 소재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당시의 버스 안내양은 젊은 청춘을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양 작가는 “‘청춘’이라는 키워드를 좋아한다. 누구에게나 청춘은 있고, 가장 반짝이는 시절이기 때문이다. 지금뿐 아니라 과거에도 청춘은 존재했고, 그 시대의 청춘이 가졌던 순수함, 설렘, 고단함, 성장을 녹여내는데 버스 안내양이라는 직업이 딱이다 싶었다”며 “80년대 가족에 대한 책임감에 생활력을 가져야 했던 K-장녀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버스 안내양의 삶을 디테일하게 그려내기 위해 현장 조사도 진행했다. 그는 “버스 안내양을 했던 어르신들을 인터뷰하고자 정보와 주변 인맥을 총동원했는데 쉽지는 않았다. 이미 사장된 직업인데다 과거를 드러내는 것을 그 가족들이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그 시절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어르신을 소개받게 됐고, 내가 그리고자 하는 방향에 맞는 자료와 에피소드들을 꽤 많이 취재할 수 있었다. 그 당시 버스 안내양들이 남학생들에게 설렘 가득 담긴 쪽지나 껌 등을 꽤 많이 선물 받았다는 에피소드가 재미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영례와 종희의 우정이 메인 포인트다. 첫 사랑이 겹치며 겪는 우여곡절을 통해 관계의 깊이와 성장을 보여주고자 한다. 여기에 다양한 청춘의 아픔, 성장, 사랑 등 감정이 담겼다.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캐릭터들을 통해 희망과 위로를 전하고자 하는 게 양 작가의 방향이다.
양 작가는 “결코 가볍지 않은 여성들의 우정을 그리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첫사랑’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했다”며 “또 단순히 그 시대 청춘의 고단함이나 고뇌만을 그리고 싶지는 않았다. 일은 힘들지만 그 속에서도 밝고 재밌게, 풋풋하게 우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캐릭터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영례와 종희는 최대한 통통 튀고 생기 있게, 재필은 반항심과 인간미를 동시에 지닌 입체적인 인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긍정의 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아프지 않은 청춘은 없지만, 그 아픔 속에서도 꿈을 가지고 버티고 성장하는 인물들을 지향한다. 시트콤 집필을 오래 해서 그런지, 인물들이 가진 유머를 극의 활력으로 자주 이용하는 편인 것 같다. 영례와 종희 역시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하며 웃음을 잃지 않는 인물들이다”라고 말했다.
작품은 김다미, 신예은, 허남준 등 청춘 배우들의 출연으로 방송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양 작가는 “캐스팅 소식을 듣고 ‘됐다!’라고 쾌재를 불렀다. 김다미는 영례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신예은은 종희의 발랄하고 당돌한 매력을 완벽히 살려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허남준 역시 부잣집 아들이라는 배경 속에서도 인간적인 따뜻함을 품은 재필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해 기뻤다”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양 작가는 “그 시절을 거쳐간 분들께는 추억을 소환하며 때로는 흐뭇하고 때로는 따뜻하게 가슴을 적시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 시절을 겪지 못한 분들께는 시대를 막론하고 청춘이 겪는 첫사랑과 우정의 감정에 대한 공감이 따뜻하게 닿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추억은 현재를 버티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때의 경험과 감정,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처럼, 백번의 추억도 시청자들에게 수채화 같은 한 조각의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백번의 추억은 오는 13일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