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공사비만 4조원을 넘어서는 성수전략정비구역 1·2지구의 시공사 수주를 위한 각축전이 본격 시작됐다. 먼저 입찰 절차를 시작한 1지구는 조합 내 갈등이 이어지면서 시공사 선정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 내 갈등의 봉합과 재입찰 시 시공사들의 참여 여부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1지구의 결과를 주시하던 2지구의 경우 사업 현장설명회에 다수의 건설사가 참석하면서 3파전 구도가 형성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정 건설사 밀어주기 의혹…1지구, 갈등 불씨 여전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1지구는 지난 9일 긴급 이사회(조합장 등 임원)를 열고 입찰 지침을 일부 수정하고 시공사 선정의 건을 재입찰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오는 18일 열리는 대의원회를 거쳐 안건이 최종 의결되면 처음부터 입찰 절차를 다시 밟을 수 있게 된다. 1지구는 총공사비만 2조1540억원에 달하는 한강 변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꼽힌다. 향후 재개발이 이뤄지면 3014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문화 편의시설이 들어선다.

수정된 입찰지침에는 조합원의 로얄층·로얄동 배정 허용, 추가 이주비 한도 삭제, 환급금 우선 지급 조항 삭제, 시공사의 책임준공 완화, 공사 범위 명확화 등이 포함됐다. 이주비 대출을 담보가치(LTV 100%)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조항은 타 구역과 형평성을 맞춰달라는 조합원의 요구에 따라 삭제하기로 했다. 다만 담보 초과 시 조합원 간 연대책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도시정비법과 관련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로얄층과 로얄동 배정 제안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번 이사회는 조합원들이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의 현장 설명회 불참에 크게 반발하면서 마련됐다. 당초 성수1지구는 HDC현산과 현대건설, GS건설이 유력 경쟁 후보로 점쳐졌다. 그러나 입찰 조건을 이유로 HDC현산과 현대건설이 불참하면서 GS건설의 수의계약 수순으로 흘러갔다.
이번 이사회의 결정에도 조합원들의 반발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조합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특정 건설사 밀어주기 의혹을 제기하며 조합 집행부에 대한 해임 발의 추진하고 있다.
비대위는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서도 '조합이 조합장과 집행부에 대한 반발을 의식해 보여주기식 행보에 나섰다'고 판단했다. 특히 비대위는 '상호 상충 조항'에 대한 삭제가 이뤄지지 않은 문제로 삼고 있다. 당초 조합은 입찰안내서와 시공사의 입찰 제안서가 상충할 경우 조합의 선택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조합원들은 이 같은 지침이 시공사에 과도한 제약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삭제를 요구했다. 이후 조합 측은 조항을 일부 변경했으나 삭제하지는 않았다. 더욱이 조합 집행부가 특정 건설사 임원들로부터 향응을 접대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까지 받고 있어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현대건설과 HDC현산은 추이를 지켜보며 입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공사 입찰 지침이 나오면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2지구, 3파전 가나…삼성물산, 요구 사항 관건1지구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2지구는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현장 설명회에는 포스코이앤씨, 삼성물산, DL이앤씨를 비롯해 금호건설, 대우건설 등 9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조합은 내달 28일 입찰 접수를 마감하고 경쟁입찰이 성사될 경우 12월 중 합동 설명회와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이번 시공사 선정이 DL이앤씨·포스코이앤씨·삼성물산 간 3파전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당초 해당 사업장에 일찌감치 홍보를 벌여온 시공사는 DL이앤씨와 포스코이앤씨다. DL이앤씨는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와 재무안정성을 내세우며 조합원 표심 잡기에 나섰다. 포스코이앤씨는 송파한양2차 수주전에 참가하지 않고, 2지구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번 수주전을 통해 한강변 일대에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 깃발을 꽂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2지구와 3, 4지구 일대를 래미안 브랜드 타운으로 개발하는 전략을 고심 중이다.
3파전을 예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입찰 참여 이전부터 조합에 내역입찰과 책임준공확약서 제외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삼성물산이 구상한 래미안 브랜드 타운 전략도 조합 내부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반응이다.
조합은 100% 한강뷰 조망과 65층 초고층을 실현할 수 있는 설계, 현실 가능성 있는 대안 설계 여부를 중점적으로 보겠다는 입장이다. 이기원 성수2지구 조합장은 "초고층과 한강 변 조망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설계 도면을 마련하고 예정된 금액 내에서 최대한 실현 가능한 대안 설계를 가져올 시공사를 눈여겨볼 것"이라며 "3개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해 경쟁을 벌였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