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와 EBS가 공동제작한 예능 '추성훈의 밥값은 해야지' 연출을 맡은 EBS의 송준섭PD(왼쪽)와 ENA 안제민PD. 방송사 제공 그저 호의호식하는 연예인들의 여행기가 아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민낯으로 일터에 나가는 피곤한 얼굴. 시청자도 놀랄 만큼 땀 냄새 나는 ‘밥값벌이’가 펼쳐진다. 추성훈의 밥값은 해야지는 극한 직업에 도전하고 땀 흘려 번 밥값만큼 즐기는 현지 리얼 생존 여행기다. 고된 노동부터 로컬 여행, 열심히 번 밥값으로 즐기는 현지 먹방까지 오감 만족 예능을 보여주고 있다. 다큐와 예능 사이를 오가는 추성훈, 곽준빈, 이은지 세 출연진의 굵은 땀방울은 흔한 여행 예능에 지쳐가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다큐’ EBS와 ‘예능’ ENA의 만남
밥값은 해야지는 EBS와 ENA 공동제작 예능이다. EBS에서 자이언트 펭TV와 세계기사식당 시리즈 등을 연출해온 송준섭 PD와 코미디 빅리그, 짠내투어 등 예능 연출에 특화된 안제민 PD의 합작이다. 다큐를 지향하는 EBS와 웃음에 목적을 둔 ENA의 전략적 협업의 산물이다.
숱한 여행 예능 중에서도 ‘밥값’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찾아 결합했다. 그 안에는 시청자들에겐 다소 낯선 현지 직업인들의 땀과 삶이 녹아있다. 중국 충칭에서 초고층 빌딩 청소, 전통 짐꾼 방방, 구이저우 마오타이 양조장 알바, 댄스 강사 등에 도전했고, 오는 30일 방송에는 옌볜에서 추성훈 홀로 도전하는 백두산 심마니 체험이 그려진다.
ENA와 EBS가 공동제작한 예능 '추성훈의 밥값은 해야지' 연출을 맡은 EBS의 송준섭PD. 방송사 제공 인터뷰로 만난 송 PD는 “한국에서 잘 볼 수 없는 직업을 섭외하고자 했다. 섭외가 쉽지는 않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섭외가 막히면 직접 찾아가 설득했다. 우리는 미처 알지 못하는 현지인의 문화와 그 안에서 생겨난 직업을 탐구하면서 광장문 댄스 에피소드도 탄생하게 됐다. 그는 “마오타이 양조장 알바도, 사실 (예능 제작 여건상) 그곳만을 위해 이동하기는 힘든 장소였지만, 직업에 포커스를 맞춰 굳이 찾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상반된 색을 가진 두 방송사의 만남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포커스를 맞춘 EBS에겐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ENA 시청 층에 IP를 확장할 기회가 됐다. 안 PD는 “EBS는 다큐 제작에 특화되어 있다 보니 촬영 인력과 규모가 알차더라. 노하우를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웃으며 “서로 다른 결을 맞춰 가는 과정도 흥미로웠다”고 답했다.
◆‘아조씨’ 추성훈과 92즈, 케미도 성장 추성훈의 밥값을 해야지를 보면 EBS 대표 프로그램 극한직업이 생각난다. 다른 점을 찾는다면 일반인 대신 떠오르는 예능계 스타 추성훈과 여행 전문 유튜버 곽준빈, 대세 개그우먼 이은지가 직접 땀을 흘리며 체험한다는 점이다. 송 PD는 “일하는 예능은 많은데 잘 된 예능은 손에 꼽는다”며 “예능적 고민을 하다가 밥값이라는 키워드가 나왔다. 출연진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밥값 정도는 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출연진은 작업반장 추성훈과 총무 곽준빈, 검색 매니저 이은지로 역할을 분담했다. 힘과 승부욕으로 똘똘 뭉친 추성훈에 관해 안 PD는 “유튜브 스타 중에는 실제 모습을 방송에서 꺼내지 않는 분들도 계신데, 추성훈 씨는 기대보다 많은 걸 보여줬다. 특히 어른다운 무게감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1992년생 동갑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곽준빈과 이은지도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예능인 이은지는 제작진보다도 진지하게 분량 고민을 하는 출연진이었다. ‘웃겨야 산다’는 이은지의 예능적 고민에 관해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출연진과 직업인이다. 직업이 가진 진정성과 숭고함이 표현된다면 굳이 웃기지 않아도 진심이 표현될 거라 믿었다”고 했다.
ENA와 EBS가 공동제작한 예능 '추성훈의 밥값은 해야지' 연출을 맡은 ENA 안제민PD. 방송사 제공 곽준빈은 여행 전문 크리에이터의 강점을 발휘했다. 이동 수단, 숙소 등 결정 사항이 생기면 막힘 없이 도움을 주는 멤버였다. 안 PD는 “해외 촬영을 가면 연예인이 가장 싫어하는 게 고프로(촬영 장비)다. 그런데 곽튜브는 촬영 감독 두 명 이상의 효율을 내더라. 언제 어디서나 제작진의 마인드로 카메라를 운영해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추켜세웠다. 물 한 병도 허투루 제공하지 않는 리얼한 노동 현장이다. 현지 시급에 맞춰 급여가 지급되기 때문에 식사 역시 현지인들이 먹는 평범한 메뉴를 찾아야 했다. 메뉴 하나하나 예산을 맞추고, 갈증을 느껴도 3000원짜리 생수 구매는 포기해야 했다. 단백질 위주로 식사하는 추성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 이은지, 마라는 먹지 못하는 곽준빈이지만 취향보다는 생존에 맞춰 밥값을 운용했다.
제작진도 조심스러운 설정이었지만 프로 방송인 3인방은 금방 몰입했다. 안 PD는 “생수 이야기는 이집트에서도 자주 나온다. 출연진도 충격이었던 것 같다”면서도 “짠 내 나게 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이니 금방 납득을 했다. 다음 여행지인 이집트는 중국보다 시급이 더 짜서 더 가혹하게 그려질 것 같다”고 예고했다.
ENA와 EBS가 공동제작한 예능 '추성훈의 밥값은 해야지' 연출을 맡은 EBS의 송준섭PD(왼쪽)와 ENA 안제민PD. 방송사 제공 중국과 이집트의 여정은 11부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아직 다음 시즌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출연자와 제작진 간에는 다음엔 어떤 도시에서 고생하면 좋을지 대화가 오가고 있다. 다음 달 공개되는 이집트 편은 중국보다 노동의 강도가 더 올라간다. 대신 출연진의 케미스트리는 더 돈독해질 예정이다. 안 PD은 “로컬 직업 체험을 하다 보니, 출연자들이 여행객과 정반대의 상황에 놓인다. ENA 여행 예능 지구마불 이집트편과 비교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관전포인트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