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김치찌개 해외 수출"…특급호텔 '김치 전쟁' 시작됐다

글자 크기
롯데호텔 "김치찌개 해외 수출"…특급호텔 '김치 전쟁' 시작됐다

"내년에는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롯데호텔이 진출한 전 세계 6개국을 중심으로 한국 전통 김치의 가치를 세계에 알릴 것입니다. "


김범석 롯데호텔 마케팅 부문장은 11일 열린 롯데호텔 김치찌개 가정간편식(HMR)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롯데홈쇼핑에서 첫 방송 15분 만에 4000세트가 판매됐던 롯데호텔 김치가 찌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해외 진출에도 나선 것이다. 김치를 기반으로 한 특급 호텔들의 '신(新) 수익원 발굴'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현재 롯데호텔 김치는 자사몰과 롯데온, 마켓컬리 등 온라인과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향후에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 김치볶음, 김치찜 등 제품군을 늘릴 예정이다. 내년에는 해외 진출도 계획 중이다. 김 부문장은 "롯데호텔이 진출한 일본, 베트남, 미국 등 6개국을 위주로 검토를 하고 있다"며 "백김치를 기반으로 한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지만, 김치찌개는 고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국가별 규정을 고려해 나라별 맞춤형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호텔의 김치 사업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2013년, 2016년 호텔김치 출시를 시도했지만 2022년경 호텔 레스토랑에 김치를 납품하던 업체에서 위생 문제가 제기되면서 직접 김치를 담가 판매하기 시작했다. 김치 사업의 기획과 제품 개발·제조·유통·판매를 전담하는 커머스비즈니스팀은 10명에 달하고, 김송기 조리명장 등 셰프들을 포함해 개발 단계에만 50여명이 투입됐다. 셰프 레시피를 바탕으로 3년간 테이스팅과 피드백 과정을 거쳐 제품이 개발됐다.


롯데호텔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천연 식재료다. 육젓, 황석어젓, 생새우 등 국내 천연 식재료를 활용해 숙성한 김치가 깔끔하면서도 깊은 국물 맛을 만들어내고, 100% 국내산 돼지고기 목살을 사용해 식감을 더했다. 김치의 산미를 맛이 가장 좋은 3~4로 맞춰고, 경쟁사 제품 용량(500g)보다 100g 더 많은 600g에 출시해 넉넉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김송기 총괄셰프(조리명장)은 "앞선 두 번의 실패 경험을 통해 시장 분석부터 기획, 생산까지 직접 참여하고 계절마다 가장 좋은 재료를 엄선해 김치를 선보이고 있다"며 "시중에서 맛볼 수 없는 차별화된 맛을 구현하기 위해 100% 국내산 식재료와 천연 재료를 고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업계, 너도나도 '김치 시장' 진출…해외 진출 가세

최근 호텔 업계는 일제히 김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1989년 워커힐호텔은 호텔 내 '김치 연구소'를 설립해 가장 먼저 호텔 김치를 선보였다. 이후 '워커힐 수펙스 김치' 개발한 데 이어 '워커힐호텔 김치' 등을 출시해 김치 관련 제품을 판매 중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2004년 호텔 레스토랑의 김치를 포장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2011년 김치 공장을 설립해 현재는 20여종의 제품을 생산 중이다. 롯데호텔은 2023년 8월 롯데홈쇼핑에서의 첫 방송을 통해 김치 브랜드를 론칭했고, 파라다이스호텔은 지난해 10월 포기김치를 출시하며 김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호텔 업계가 김치에 집중하는 이유는 '김포족(김장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배추 등 재료값이 인상되고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김장 문화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완제품 형태의 포장김치를 사는 수요가 늘고 있다. 올해(1~8월) 롯데호텔 김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했다. 조선호텔 김치 또한 같은 기간 매출이 전년 대비 14.5% 늘었다. 워커힐호텔 매출은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특급 호텔은 자체적인 식음료(F&B) 매장 인력과 조리 시설을 확보하고 있어 사업을 확장하기에 유리하다. 이미 탄탄한 인프라가 확보돼 추가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김치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이다. 호텔 브랜드라는 점에서 '프리미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 별도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더라도 높은 신뢰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호텔들은 해외 시장에서 성장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워커힐호텔은 지난 8일 세컨드 김치 브랜드 '워커힐호텔 김치'를 미국에 수출한다고 밝혔다. 롯데호텔 또한 진출해 있는 글로벌 체인 6개국을 거점으로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치 수출액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김치 수출액은 지난해 1억6360만달러로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