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폭우가 지나가면서 하락세로 접어들던 과일 가격이 다음 달 추석을 앞두고 다시 꿈틀대고 있다. 제수용품으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사과와 배를 중심으로 도매가격이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후 상황에 따른 생육지연으로 출하가 지연된 영향으로, 명절 성수기가 임박하면 공급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에서도 과일 시세 안정을 위해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하는 농수산물 유통정보 '카미스(KAMIS)'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사과(상품 기준) 가격은 10㎏에 6만9437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 상승했다. 최근 3년 치 시세 중 최고가와 최저가를 제외한 평년 가격보다는 51% 비싸다.
지난해에는 추석이 9월 중순에 자리해 이맘때가 과일 수요가 많은 성수기였으나, 당시 상순 기준 같은 품종과 용량의 사과 가격은 5만9335원으로 올해보다 1만원 이상 낮은 시세에 거래됐다. 지난달 상순 8만5000원대로 치솟았던 사과 도매가는 가을로 접어들며 6만원대 중반으로 안정세를 보이다가 다시 7만원을 향해가고 있다.
이 밖에 중품 사과 10㎏은 지난주 도매가격이 5만881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5% 높았고, 15㎏짜리 배는 상품 기준 5만100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도매가가 44% 상승했다. 중품 배 가격도 3만6528원으로 37.2% 올랐다. 배 도매가는 상품 기준으로 지난해 9월 상순과 비교해 1만5000원가량 비싸다. 도매 시세가 통상 일주일가량 시차를 두고 소매가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 사과와 배 가격에 상승분이 적용될 수 있다. 전날 기준 홍로 품종 사과(상품)의 10개 소매가는 3만59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6% 높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7월부터 반복된 폭염과 집중호우의 영향으로 사과와 배의 생리장해가 증가하고, 품종별로 과육의 크기가 부진해 수확이 지연되는 영향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추석을 2주가량 앞둔 이달 22일부터 사과와 배의 출하량이 각각 6.5%와 7.2%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도매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마트도 추석을 앞두고 사과와 배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물량 공급을 확대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을 받고 있는데, 지난 4일까지 18일간 과일세트 부문 1~4위 모두 5만원 미만으로 구성한 사과와 배 상품이 차지했다.

이 기간 매출 1위인 '유명산지 사과(3.6㎏, 11입)'는 사전 매입으로 가격을 방어해 지난해 추석과 같은 행사가 4만9800원 판매한다. 또 '사과&배 VIP(사과 1.8㎏/6입, 배 2.3kg/4입)' '당도선별사과(사과 3.3㎏, 12입)' '유명산지 배(6.5㎏, 7~9입)' '나주 전통배(6.5㎏, 7~9입)' 등을 3만~4만원대로 구성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사전 비축과 통합 매입 등을 통해 높아지는 시세를 방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롯데마트도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은 사과와 배 세트를 할인가 포함 3만~4만원대에 내놓았고, 홈플러스도 4만~5만원대 GAP 인증 사과와 배 세트를 판매 중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