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 중인 FC구척장신의 이영표 감독(왼쪽)과 멤버들. 공식 홈페이지 제공 최근 방송계에 가장 큰 화두는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이다. 은퇴한 스포츠 스타들의 인지도와 녹슬지 않은 전문성은 예능계에서 탐낼 수밖에 없는 소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강과 운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가도 스포츠 예능이 기여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1999년 첫 방송 된 출발 드림팀이 본격적인 스포츠 예능의 시초다. 매주 일요일 인기 스타들과 운동선수의 한판 승부는 무려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후 축구 꿈나무를 키우는 날아라 슛돌이(2005), 아마추어 사회인 야구단의 성장기를 그린 천하무적 야구단(2009) 등으로 발전해왔다.
스포츠 예능은 종목의 인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올해 1200만 관중 돌파가 가시화되는 프로야구의 인기는 방송계에도 깊게 스며들었다. 특히 이달 네 번째 시즌까지 시작하는 최강야구는 그간 야구 경기가 없는 월요일 편성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 한화이글스 광팬인 배우 조인성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야구 경기를 보고 월요일에는 최강야구를 본다”면서 일상에 침투한 스포츠 예능의 인기를 전했다.
SBS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의 경기 장면. 공식 홈페이지 제공 ◆골때녀가 몰고 온 여자축구 붐 골 때리는 그녀들은 2021년부터 5년째 인기리에 시즌제를 이어가고 있다. 11대11로 이뤄지는 정식 축구가 아닌 경기장이 작고 5명이 한 팀을 이루는 풋살 프로그램이다 보니 치열함과 박진감이 더욱 잘 전해진다. 풋살은 짧은 경기 시간과 무제한 교체 등 체력적인 부담 없이 꾸준히 참여하기 좋은 운동으로 주목받으며 그 인기가 높아졌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자 풋살 구장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온라인 구장 예약 어플 아이엠그라운드의 회원 수가 2018년 약 5만명에서 올해는 30만명을 넘어선 것이 이를 증명한다. 또 대한축구협회 동호인 선수등록현황에 따르면 2019년 4478명에 불과했던 여성 선수가 2024년 6805명으로 1.5배 이상 늘었다. 풋살로 좁혀보면 증가세는 더 두드러진다. 협회에 등록된 풋살 성인여성 선수는 2019년 231명에서 2024년 978명으로 4배 이상 폭증했다. 풋살 성인여성 팀도 같은 기간 19개에서 82개로 껑충 뛰었다.
◆농구·배구·복싱·러닝 새 예능 출격 준비 스포츠 소재 예능이 주류로 떠오른 가운데 레전드의 귀환을 알리는 프로그램도 줄지어 출격한다.
먼저 그간 예능인으로 활동해온 ‘농구 레전드’ 서장훈이 하반기 방송 예정인 SBS 신규 예능 열혈농구단으로 코트에 복귀한다. 2024-2025시즌을 끝으로 현역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배구 여제 김연경은 이달 중 방송 예정인 신인감독 김연경으로 지도자에 도전한다. 팀명은 필승 원더독스. 프로 무대에서 방출된 선수, 프로 진출을 꿈꾸는 실업팀 선수, 은퇴 후 다시 코트를 밟으려는 선수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이들이 합류한다.
유독 남성들의 리그만 비쳤던 야구계에도 여성팀이 꾸려진다. 내년 초 방송을 준비 중인 야구여왕은 야구 규칙조차 모르는 여성 스포츠 전설들이 야구단에 합류해 실전에 나서는 성장 드라마다. 여성 스포츠 후배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박세리 단장, 여자 야구의 성장을 돕고자 팔을 걷은 추신수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코치진에는 이대형, 윤석민이 이름을 올렸다.
배우 마동석을 주축으로 복싱 예능도 제작된다. 배우 데뷔 전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했던 마동석은 현재 복싱 코치로 체육관을 운영하는 관장이다. 기획부터 직접 맡은 아이 엠 복서는 마동석이 21년 만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예능이다. 트렌드에 맞춰 러닝 예능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급부상한 러닝의 인기에 힘입어 오는 11일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가 극한의 마라톤 코스에 도전하는 극한84를 선보인다.
스튜디오C1이 제작하는 불꽃야구 예고 장면. ◆왜 스포츠 예능일까 선수들의 진정성과 열정에 시청자가 적극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스포츠 예능의 강점이다.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 종목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정보 공유, 팬심 어필을 통한 공감 형성도 주요하다. 특히 토크쇼 포맷의 방송은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경기를 관람하고 팀을 응원하는 문화를 접목할 수 있다.
직접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관람하고 목청껏 응원을 보낼 기회를 제공하는 직관 이벤트도 각광받고 있다. 시청자 참여형 이벤트로 몰입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비인기 종목을 조명하면서 인지도를 상승시키고 해당 종목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라켓보이즈(배드민턴), 올 탁구나!(탁구), 씨름의 희열 등이 그 예다. 예능적 요소가 섞인 해설은 스포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법이다.
다만 이면에는 부정적 시선도 존재한다. 예능의 특성상 작가를 두고 편집을 거쳐 방송한다는 점에서 편파 판정, 편집 조작 의혹이 수시로 고개를 든다. 또 전문 운동선수가 아닌 연예인들이 출연해 안전불감증 문제도 제기된다. 부상도 불사하는 출연자들의 열정에 보완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다.